[문화공방] (17) 30초 승부, 4주 버티기 기사의 사진
조용필 8집 앨범
‘30초 승부, 4주 버티기.’ 작업장 플래카드에 적혀 있을 법한 이 구호는 무슨 뜻일까. 가요계에서 지난 수년간 정석으로 여겨지는 전략 중 하나이다. 특히 아이돌이 데뷔할 때 이 법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었다. 인지도 없는 가수가 자신의 노래로 30초 안에 시선을 끌지 못하면 대중은 다음 곡으로 클릭하기 때문이다. 전주가 급격히 짧아지고 곧바로 보컬이 나오는 노래가 등장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곡이 쏟아졌다. 30초의 강박에 사로잡혀 곡의 클라이맥스가 도입부로 전진 배치되기도 했다. 그리고 승부를 띄운 노래로 4주 동안 대중의 눈에 들지 못하면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래서 ‘30초 승부, 4주 버티기’라는 구호에 스스로를 묶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음반 시대에서 음원 시대로 가요시장이 변화하면서 음악은 더욱 인스턴트화되었다. 심지어 노래 제목조차 짧아졌다. 대중에게 맞춤형 음악을 제작해 좋아하도록 강요하는 꼴이 된 것이다.

좋은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대중은 좋은 노래가 숨어있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하나의 노래가 대를 이어 다시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 시대의 가객 조용필은 그런 측면에서 많은 교훈을 남긴다. 음악적 진정성이 담보되면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후배 뮤지션들에게 큰 자극을 준 것이다. 대중도 그렇게 화답했다. 음악 창작자들에게 콘텐츠의 완성도로 진정한 승부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깨워 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30초 승부, 4주 버티기’란 전략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눈가림식 구호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진정한 가슴 울림은 꼼수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 감성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 진리는 우리 가요사에서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의 감정을 붙잡고 흔드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진심이어야 한다.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