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대·중소기업 힘 모으고 과실 나누는 것이 ‘보국’ 기사의 사진
안충영 위원장은 지난 20일 중소기업을 함께 안고 가려는 대기업의 인식 변화가 동반성장의 토대가 되며 결국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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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심각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대외 악재가 잇따라 돌출하는 가운데 ‘한반도 리스크’까지 우려를 더하고 있다. 투자와 소비, 고용 등 내부 여건도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양극화로 인한 갈등은 점증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 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기업의 기술과 마케팅 능력에 중소기업의 유연성과 독창력이 보태진다면 시너지 효과는 증폭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공생의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보다 승자독식의 긴장관계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를 회생시킬 최선의 방안 중 하나가 대·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이라고 말한다.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는 이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2010년 12월 만들어졌다. 정운찬 전 총리가 초대 위원장을 지냈으며 2대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에 이어 작년 8월부터 안충영(74) 중앙대 석좌교수가 3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안 위원장을 만나 그동안 동반위의 성과와 과제, 취임 1주년을 맞는 각오와 계획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구로구 키콕스벤처빌딩 17층 동반위 위원장실에서 했다.

-동반위가 출범한 지 4년8개월째다. 그동안 성과를 자평한다면.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높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자활 능력을 고취시키는 데 주력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반성장지수 공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동반성장 문화 확산 등을 통해 동반성장의 기반을 마련했으며 꽤 결실을 거뒀다고 확신한다.”



-한국경제에서 동반성장의 의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 한국은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사회적 갈등을 경험하고 있으나 갈등관리지수는 거의 바닥권이다. 경제 분야, 그중에서 기업 생태계 환경도 예외가 아니다. 대·중소기업은 각각의 역할과 기능이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면 경제 발전의 선순환이 가능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절실하다. 특히 우리 경제 회생에 필수적인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소상공인,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 간 네트워크의 이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투자 및 고용을 제고시킬 수 있으며 이것이 결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포용적 성장’이 뭔가.

“동반성장과 같은 의미다. 시장의 기본적 역할에 충실하면서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고 지속적으로 커 나가자는 패러다임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가 말한 ‘포용적 번영(inclusive prosperity)’와 같은 맥락이다.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잠재성장률 제고가 시급한데 이를 위한 가장 실효 있는 수단이 바로 포용적 성장이다.”



-동반위 출범 이후 지난 4년 동안 대기업 계열사는 1264곳에서 1677곳으로 늘어나는 등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는 심화되고 있다. 우리의 동반성장 실태가 너무 미약한 것 아닌가.

“솔직히 갈 길이 너무 멀다고 느낀다. 다만 대기업 중심의 압축성장으로 상징되는 지금까지의 우리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당장 모든 걸 얻을 수는 없다고 본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들 가운데 동반성장 전담 기구를 스스로 만든 곳이 많이 늘었다. 나 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사이에는 상생문화가 꽤 자리를 잡았다. 다만 2, 3차로 협력업체가 내려갈수록 문제가 많아 안타깝다.”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갑질문화’는 여전하다. 특히 롯데 등 TV 홈쇼핑의 갑질은 형사처벌로까지 어이지는 등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해결 방법이 없나.

“수요와 공급, 가격결정 구조상 우위에 있는 대기업들이 과도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문제다. 중소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많이 당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획기적인 의식 변화가 먼저 요구된다. 대기업들은 지속 성장을 가능케 하는 것이 단순한 ‘이익추구’가 아니라 ‘사회적 공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나의 이익은 상대방의 손해에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고전적 제로섬 개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갑질문화가 개선될 수 있다. 물론 의식변화와 함께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동반성장을 위해 동반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우선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하고 부당행위는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러나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상생 협력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앞서 말한 동반성장지수 발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성과 공유제, 대기업 구매조건부 중소기업 신제품 개발, 현금성 결제 등 상생결제 시스템 도입, 중소기업 기술 보호를 위한 기술임치 및 기술 부당탈취 신고센터 운영, 중소기업 우수상품 설명회, 중소기업 제품 해외 진출 지원 등을 통해 목표를 이뤄나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상생 성공 사례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구의 경우 지난 1월 삼성, LG 등 대기업 9곳과 금호전기 등 중견기업 2곳, 중소기업 12곳, 관련 협회 등 모두 25곳이 상생 협약을 맺었다. 이 업종은 원래 대기업의 진출이 상당히 제한됐다. 그러나 외국 기업의 배만 불려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하자는 쪽으로 힘을 모았다. 대기업은 LED 조명기구 민수시장에는 참여하되 관수시장은 자율적으로 진입을 자제키로 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OEM 확대, 기술개발, 마케팅, 투자, 판로 지원 등을 약속했다. 대기업은 진입장벽 철폐, 중소기업은 매출 증대의 윈-윈 효과를 누리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제도를 법제화해야 된다는 중소기업인들의 입장에 반대하는 등 위원장이 대기업적 시각을 가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동반위는 나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 대표 각각 11명과 공익대표 6명이 함께 모여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한다. 법제화에 반대한 것은 법으로 이를 강제하면 국제 무역질서에 위반될 소지가 있고 자칫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조력의 관계를 끊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법이 아닌 시민의식으로 합의해야 되는 사안이다. 또 이 제도가 단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중소기업을 일정 기간 보호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결국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국에도 우리처럼 동반성장이 제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가.

“우리나라와 같은 개념이 규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산업 생태계에 공생과 상생의 정신이 확산돼 있다. 특히 독일과 일본의 경우 기업 경영에 이런 이념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승자독식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다보스 포럼에서 ‘포용적 성장’이 집중 논의되기도 했다.”



-올 연말이면 민간에서 지원 예산이 끊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안이 있나.

“동반위 예산은 산업부, 중기청, 민간기업의 지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민간 몫이 전체의 38%쯤 된다. 동반위가 출범할 당시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드는 데 주요 기업들이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혀 기금을 갹출, 이를 재원으로 지금까지 지원받았으나 올해면 종료된다. 당장 전체 예산의 3분의 1 이상이 비게 돼 걱정이 많다. 솔직히 동반위 고유 업무를 살피는 데도 바쁜데 돈 구하러 다니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다행히 기업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잘 꾸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취임 1년이 막 지났다. 중점 추진 사업과 계획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상생결제 시스템 정착, 민생품목 등 적합업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 기업 수도 늘리겠다. 또 하도급 계약 단가가 제대로 설정되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볼 생각이다.”



-대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중소기업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마인드를 더 가졌으면 좋겠다. 초창기 우리 기업들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정신이 투철했다. 기업을 통해 나라를 살리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지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모아 과실을 나누는 것이 바로 보국(報國)이다. 일본의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교세라 창업주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공생경영’을 말하면서 경영자의 자질을 강조했다. 그는 ‘경영자의 자질=재능×노력×사회적 공헌’이라고 했다. 여기서 공헌은 ‘더불어 사는 것’을 의미한다.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라는 점이 요체다. 재능이 있고 노력을 아무리 많이 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공생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우리 대기업들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가르침이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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