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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박용천] 부모가 강해야 하는 이유

자녀들의 ‘동일시’ 경향 주목해야… 약한 부모의 자녀들 불행해질 수 있어

[청사초롱-박용천] 부모가 강해야 하는 이유 기사의 사진
부모가 되는 것은 쉬웠는데 부모 노릇 하기는 어렵다는 말을 환자의 보호자들로부터 많이 듣는다. 사실 우리는 부모 역할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시험에 통과한 일 없이 그저 어렸을 때 보고 배운 대로 무면허로 부모 역할을 하는 중이다. 환자 가운데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호소하는 사람을 보면 부모 자식 간의 의사전달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과의 의사전달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미리 알아서 헤아릴 수 있어야 아이와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예를 들어보자. 이것은 3∼5세의 남자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발달 과정을 말하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다. 즉, 이 나이가 되면 남자아이들은 엄마를 좋아하고 아버지를 경쟁자로 여기며 아버지에게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느낀다. 이때의 불안을 전문용어로 ‘거세불안’이라 한다. 이런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인이 되면 윗사람을 대할 때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낀다. 이런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행동으로 나타나면 이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싸우거나 도망가는 적절치 못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 대인관계가 불편해진다. 노이로제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무의식적인 두려움은 과거의 일이고,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선생님을 보고 어렸을 때 가졌던 무의식적인 두려움으로 인하여 반사적으로 피할 것이 아니라 다가가 인사를 하면 지금의 선생님은 과거의 두려운 아버지가 아니기 때문에 다정히 받아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오이디푸스 상황에서 어린아이들은 절묘한 해결책을 찾아낸다. 그것이 바로 ‘동일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버지로부터 같은 편이라는 인정을 받아 안전이 보장되고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에 어머니로부터의 사랑도 보장된다. 이런 동일시가 원만하게 이루어지면 아이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한다.

이때 부모는 아이들의 이러한 성장 과정을 잘 도와주어야 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 할 때 어미닭이 밖에서 같은 부분을 쪼아주는 ‘줄탁’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 방법은 동일시하려는 대상이 강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힘이 없어 보이면 아이들은 그 대상을 동일시할 수 없다. 힘이 없고 약한 아버지를 닮았을 때 어머니가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굳이 동물의 왕국에서 힘이 없는 수사자의 예를 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버지가 약하고 무능해서 아버지에 대한 동일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불행한 남자들이 많다. 여자아이들의 경우도 어머니가 강해야 딸들이 어머니를 동일시해 건강하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다.

동일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동일시 대상이 힘이 있느냐의 여부다. 건강한 심리기전은 아니지만 ‘공격자와의 동일시’라는 현상도 있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식으로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던 며느리가 못된 시어머니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하나의 사례다. 이런 현상은 국가 간에도 발생한다. 일본은 자국에 핵폭탄을 터뜨렸던 미국을 동경하고, 우리나라는 36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일본을 동경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우리는 북한과 대립하고 있다. 힘 있는 자가 이긴다는 힘의 논리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힘이 있는 사람을 닮으려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경향을 생각해서라도 대한민국은 힘이 있어야 하겠다. 그래야 북한도 대한민국을 닮으려 할 것이고, 훗날 역사를 되돌아보는 후손들의 성숙한 동일시를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은 강해야 한다.

박용천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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