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가난 탈출 급급했던 사회… 이젠 복지를 생각하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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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광복 이후 ‘복지’는 수십년간 낯선 단어였다. 정부 부처 명칭에 ‘복지’가 들어간 것은 1994년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보건복지부’가 생겨나면서다. 그 전까지는 사회부(1948∼55년) 보건사회부(1955∼94년)가 요즘 말하는 복지 영역을 맡았다. 물론 복지 정책의 수준은 매우 낮았다.

◇1960, 70년대 ‘전시적 성격’의 복지 입법=광복과 한국전쟁 직후 복지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회복지 체계 구축을 가로막은 건 개발시대 경제성장 논리였다. 절대적 빈곤의 해결이 더 시급했다. 일부 종교단체나 외국 원조기관이 사회복지사업을 표방하며 활동했다. 하지만 복지사업이라기보다 구호와 자선사업이 대부분이었다.

1960, 70년대 권위주의 정권은 사회복지 관련법을 만들기도 했다. 1961년 생활보호법, 아동보호법이 제정됐다. 63년에는 산재보험법이 마련됐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도 60년대 시작됐다. 다만 대부분 권력 획득의 정당성 논란을 의식한 전시(展示)적 성격이 강했다. 당시 정권은 복지 정책을 추진한 경험이 없었고 무엇보다 이에 투입할 재정이 부족했다.

70년대 들어서도 복지는 쉽게 거론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정부의 관심은 중화학공업 육성, 새마을운동 등 ‘성장’에 있었다. 그나마 건강보험의 기틀이 70년대 마련됐다. 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이 처음 실시됐다.

◇민주화 이후 ‘사회안전망’ 기반 조성=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사회안전망 구축에서 중요한 두 시기로 민주화가 이뤄진 87∼89년과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를 꼽는다.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집권한 노태우정부는 여러 복지정책을 폭넓게 추진했다. 의료보험 시작 12년 만인 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달성됐다. 모자복지법과 장애인고용촉진법도 같은 해 만들어졌다. 91년 영유아보육법, 93년 고용보험법이 제정됐다. 저소득층 대상 영구임대주택이 공급된 것도 89년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복지정책을 두 가지 측면으로 평가한다. 하나는 제한된 수준이지만 사회안전망의 기반이 닦였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현 사회보장제도의 ‘격차’가 이때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시아사회정책연구센터장은 “노동조합이 있는 대규모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곳의 임금 차이가 확대됐고, 사회보험 가입률을 포함한 복지 혜택에서도 이원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뒤 ‘사회보험’ 중심 복지체계 구축=93년 집권한 김영삼정부는 복지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다만 95년 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등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97년 IMF 사태는 우리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약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해 말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러 복지정책을 추진했다. 생활보호제도를 기초생활보장제도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어려운 사람을 무작정 돕는 게 아니라 자립을 강조하는 생산적 복지 패러다임이 도입됐다.

사회보장체계가 사회보험 중심으로 구축된 것도 이 시기의 특징이다. 여럿으로 나뉘어 있던 건강보험이 통합됐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하지만 사회보험 중심형 안전망이 구축되면서 이를 보장해주는 사업장에 소속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2000년대 ‘보편복지’ 논란=2003년 출범한 노무현정부는 현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고 차상위계층 지원을 본격화했다. 이명박정부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됐고 보육료 지원이 확대됐다. 하지만 전반적 복지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후반부터 복지 문제가 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른바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주민투표로 이어져 선별적 무상급식을 주장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공약했으나 당선 뒤 선별 지급으로 방향을 바꿨다. 최근엔 ‘증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 재정으로는 복지 공약을 모두 이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이 국민 부담을 늘려 ‘중부담 중복지’로 갈지, ‘저부담 저복지’를 유지할지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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