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 뜬 2030 CEO] “광속 변화 잡아라” 영맨을 선장으로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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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미(Jimmy) 나이 몰라요.”

최근 다음카카오 직원들은 주변에서 임지훈 대표 내정자 선임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꼭 이런 대답을 한다고 한다. 지미는 임 내정자의 영어 이름이다. 다음카카오는 내부 직원이 모두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외부의 시선에는 만 35세에 시가총액 8조원 규모의 국내 대표 IT 기업 대표가 된다는 게 파격적인 일로 보이지만 내부의 시선은 다르다. 밖에서는 다음카카오를 대기업으로 보지만 스스로는 여전히 ‘벤처기업’이라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이끄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28일 “프로젝트에 따라 팀장이 팀원이 되기도 할 정도로 조직은 유연하다”면서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서 일을 할 때 최고의 성과가 나는지가 핵심이지 나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나이를 생각하고 조직을 구성하면 일이 제대로 안 된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연공서열의 잣대를 가지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IT 업체들이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에 소극적이고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젊은 CEO는 조직 내부에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회사의 대표부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 IT 업체 관계자는 “IT 분야는 연간 업무계획을 세우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면서 “일반적인 기업의 속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시대의 변화 속도가 젊은 사람들도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빠르다. PC시대는 1977년 최초의 PC인 ‘애플 II’가 등장한 이래 30여년 동안 지속됐지만 모바일은 불과 10년 만에 세상을 뒤바꾸고 있다. 벌써 모바일 다음은 무엇이냐는 고민이 나오기도 한다. PC 기반의 서비스를 하던 IT 기업들은 모바일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PC 게임의 경우 소규모 업체 중심에서 대형 업체로 전환되는 데 10년 이상 걸린 반면 모바일에서는 같은 일이 1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며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게임은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모바일은 국내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이다. 디지털에 익숙하고 글로벌 감각이 있는 인물들이 조직 곳곳에 포진돼야 한다.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스(Millenials·일명 밀레니얼 세대)가 인력의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다. 밀레니얼스는 보통 19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포함한다. 30대 CEO들은 밀레니얼스에 포함되거나 근접한 세대다.

IT 업체 CEO는 전통적인 기업의 대표 역할과 다소 다르다는 점도 젊은 CEO들이 큰 어려움 없이 안착할 수 있는 요인이다. 제조업 CEO들이 피라미드 조직 구조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달리 IT 업체 CEO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IT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각 부서가 스스로의 책임 하에 일을 진행하는 독립적인 체제를 구축한다. CEO가 일일이 나서서 지시를 하는 경우는 적다. CEO는 부서 간 이견이 있거나 전체적인 조율이 필요할 때 중재자 역할을 한다. 권위적인 CEO보다는 상하를 막론하고 의견을 경청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인물이 필요하다.

젊은 CEO의 경험 부족은 멘토 역할을 하는 창업자가 채운다. 박 대표의 경우 다음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이 이 역할을 한다. 넥슨코리아 박지원 대표는 NXC 김정주 대표와 수시로 의견을 조율한다.

그렇다고 IT 업계가 나이가 젊은 CEO만 집착하는 건 아니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인물이라면 나이는 무관하다. 젊은 감각이 필수적인 게임 업계에서 올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넷마블의 방준혁(47) 의장이 돋보이는 이유다. 넷마블은 2012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모바일 게임 ‘다함께 차차차’가 성공하면서 2013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PC 게임 중심이던 회사의 체질을 빨리 모바일로 전환하면서 거둔 성과다. 올해는 미국 모바일 게임 업체 SGN을 인수하며 모바일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방 의장을 중심으로 임직원들이 모바일 전환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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