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유품 정리하다 문득 “왜 새것을 사야 하지?”… ‘200일간 새 물건 안 사기’ 역발상 기사의 사진
[친절한 쿡기자] 200일 동안 새것을 하나도 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최근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에 흥미로운 칼럼이 실렸습니다. ‘200일 동안 새 물건 사지 않기’에 도전한 블로거 ‘에시아’의 글이었죠. ‘200일간 휴대전화 없이 지내기’만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이지만 끝내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큰 변화를 얻었습니다.

계기는 아버지의 죽음이었습니다. 암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에시아는 아버지가 살던 아파트를 비워야 했습니다. 살림살이를 정리하는 데만 1주일이 걸렸고, 그것을 기부하고 재활용하고 버리는 데 몇 주의 시간을 더 썼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엄청난 돈과 시간, 노력이 이 물건들을 얻는 데 들어갔고 결국엔 내버려졌다는 걸요.

에시아는 작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200일 동안 소유의 즐거움을 버리기로 한 거죠. 식료품, 약, 기초적인 위생물품 외에는 빌리거나 중고를 얻었습니다. 가끔은 그냥 참았습니다. 200일 뒤 에시아는 ‘충분히 풍족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새것이 아니라면 구할 수 없는 물건도 있습니다. 간혹 엄청난 충동에도 그런 물건을 사지 않았을 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는 “세상에 이미 너무 많은 물건이 있다”며 사람들이 강박적으로 물건을 사들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활용 가게와 인터넷을 둘러보면 쌓여있는 물건에 경악하게 된다면서요.

중고 제품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재활용 가게에는 가격표와 포장도 떼지 않은 물건도 많았거든요. 에시아는 “사람들은 자신이 쓴 물건은 기쁘게 기부하면서 남이 쓴 물건에는 거부감을 느낀다”면서 기업이 아닌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는 경험이 훨씬 즐거웠다고 적었습니다. 물론 200일간 통장잔고도 거의 줄지 않았고요.

일부 독자들은 “중고라도 새로운 물건을 구입한 건 맞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에시아는 자신이 환경보호 같은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고백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지나가는 경험’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는 거죠.

돈이 있는 사람이 굳이 물건을 사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왜 ‘새것’을 사야 하는지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혹은 ‘왜’ 사야 하는지 고민할 수도 있고요. 아버지가 에시아에게 남긴 건 당연한 일상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는 연습이었습니다.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 말이죠.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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