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용희 (11) DMZ 수색대 차출 직전에 군종병 부르심 받아

“군종병은 영적인 지휘관” 책임감… 사고 터질 때마다 기도 부족 회개

[역경의 열매] 이용희 (11)  DMZ 수색대 차출 직전에 군종병 부르심 받아 기사의 사진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오른쪽)가 1981년 백골부대 3대대 군종시절 전임 군종병(가운데), 중대 군종병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81년 6월말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에서 신병교육을 마치고 휴전선 철책에서 근무하는 22연대로 배정됐다. 연대본부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신병들이 모두 수색대로 차출된다고 했다. 신병 모두가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었다. 당시 철책부대 수색대는 비무장지대(DMZ)에서 활동하는 특공대 성격을 띠고 있었다. ‘휴전선 철책까지 왔는데, 이제는 DMZ에서 복무한다고 하니 갈 데까지 가는 구나.’

취침시간이 돼서 연대 대기병 막사에 누워 있는데 밤늦게 누군가 다가왔다. “이대 다락방전도협회에서 활동하면서 농촌봉사활동을 했다고?” 군종병이었다. 그는 내가 선교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일 군목님께 보고 하겠다”고 했다. 주일 밤 군목님이 막사로 찾아왔다.

“이용희, 선교단체에선 어떤 일을 했는가?” 군목님은 몇 가지 사항을 묻더니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사실은 3대대 군종병을 찾고 있는데 말이다. 수색대만 아니면 참 좋은데 안됐다.” 군목님은 그 말을 끝내고 발길을 돌렸다. 당시 수색대로 차출돼 열 손가락 지문을 찍으면 보직 변경은 어려웠다.

다음날 아침 부대배치가 발표됐다. “김모, 수색대!” “이모, 수색대!” “박모, 수색대!” 내 차례였다. “이용희, 3대대 본부!”

‘아, 하나님께서 나를 3대대 군종으로 파송해 주셨구나.’ 후일담을 들어 보니 군목님은 발령 직전에 크리스천이었던 연대장님을 찾아가 나를 수색대에서 3대대 군종병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등병 시절부터 철책부대 군종병으로 생활했다.

부대에선 지뢰폭발 등 각종 사고로 죽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병 1인당 하루에 100원씩 생명수당을 줬다. 당시 이등병 월급이 한 달에 3000원이었는데 생명수당도 똑같이 3000원이었다.

그해 8월 군단 수양소에서 열린 첫 군종수련회에 참석했다. 군종참모 목사님께서 대대 군종병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여러분은 사병이지만 영적으로는 부대 지휘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고가 나면 부대장 책임이 아니라 여러분 책임입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말씀으로 들렸다.

9월쯤 우리 부대에서 하사관 한 명이 수류탄으로 자폭해 죽은 사고가 발생했다. 애인이 변심했는데 철책근무 중이라 휴가를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너무 힘들어 자살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는 바로 대대장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대대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잘못을 구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기도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제 책임입니다.” 기도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내 기도가 부족해서 사고가 났다고 생각했다. 대대장님께 용서를 구했다.

후에 또다시 사건이 터졌다. 한 사병이 탈영한 것이다. 다시 대대장님을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 그때 대대장님은 기독교인이셨다. 사고가 나면 내가 기도를 소홀히 해서 생긴 사고라고 여겼다. 대대장님의 종교나 지휘 능력과 상관없이 부대의 안전이 영적 제사장인 군종병의 기도에 달려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전방 부대에서는 신병이 자대배치를 받으면 대대 군종병이 상담했다. 문제 사병으로 생각되면 보고를 해서 전방에서 후방으로 옮겼다. 가끔씩 군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사병들이 휴전선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 등 직속 지휘관들이 처벌 받았다.

82년 어느 날 막 도착한 신병과 상담했다. 어떻게 위로를 할까 고민하는데 신병의 첫 마디가 의외였다. “백골부대 온 것을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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