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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용희 (12) “백골부대 배치 하나님께 감사” 신병에 깜짝

불신자 어머니 하나님께 인도 위해 어려운 선택한 병사에 ‘은혜’받아

[역경의 열매] 이용희 (12) “백골부대 배치 하나님께 감사” 신병에 깜짝 기사의 사진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오른쪽)가 1983년 4월 강원도 철원 군대교회에서 촛불예배를 드리고 있다. 당시 부대 내 교회는 40명밖에 수용할 수 없는 데다 난방이 되지 않아 예배를 드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의 신병들은 백골부대에 올 때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한숨을 쉬었다. “돈 없고, 빽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나는 군종병으로서 신병들을 위로하며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바빴다. “신병, 젊은 날 고생은 사서도 한다. 힘든 군대 생활은 오히려 우리에게 약이 된다. 고난을 통해 인생의 너비와 깊이가 더해지는 거야. 후방에 편하게 있으면 게을러지고 나태해질 수 있어. 자, 지금의 어려움을 한 번 이겨내 보자!”

이런 분위기에서 갓 배치 받은 한 신병이 “백골부대 온 것을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한 것이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신병 얼굴에 확신이 가득해 보였다. 신병은 외동아들이었고 집안에서 혼자 예수를 믿는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점집 단골손님이었다.

그가 입대 영장을 받았을 때 그의 어머니는 점집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아들아, 오늘 너의 군대 점을 봤다. 아주 힘든 부대에 배치된다고 나왔더라. 그래서 복채를 많이 주고 너의 군대 점을 바꿨다. 너는 이제 제일 편한 곳에서 군대생활을 할 거야.”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저는 지금부터 제일 힘든 부대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할 겁니다. 제가 제일 힘든 부대에 배치되면 그때부터 어머니가 믿는 미신이 거짓이며 제가 믿는 하나님이 참 하나님인 줄 아세요. 그리고 그날부터 교회에 다니세요.”

실제로 그는 입대 후 가장 힘든 부대로 가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경기도 의정부 101보충대에서 ‘백골부대가 가장 힘든 부대’라는 얘기를 듣고 그때부터 백골부대에 가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백골부대에 배치됐을 때 너무 감격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어머니가 앞으로는 점쟁이를 찾아다니지 않고 교회에 다니실 겁니다.” 군종병인 내가 오히려 큰 은혜를 받았다.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신병의 군대생활과 어머니의 구원과 신앙생활을 위해 간구했다.

1년 간 휴전선 철책근무를 마치고 부대가 철책선에서 남쪽으로 이전했다. 주로 군사훈련 위주였다. 3대대 병력은 500명이 넘었는데 군인교회는 40명 이상 수용할 수 없었다. 예배당이 좁다 보니 주일 예배를 부대 식당에서 드렸다. 식탁과 의자는 돌로 만든 것이었다.

주일 오전 예배는 200명 이상 함께 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교회에 있던 강대상, 풍금, 성경·찬송, 헌금바구니 등을 모두 옮겼다. 문제는 겨울이었다. 강원도 철원의 겨울은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갈 때가 많았다. 그런데 에너지를 절약한다며 겨울에는 식당에 난방을 하지 않았다. 워낙 춥다 보니 소대별로 음식을 타서 내무반에서 각자 식사할 정도였다. 한겨울 부대 식당에서 드리는 주일 예배는 냉동실 안에서 드리는 예배 같았다. 차디찬 돌 의자에 앉으면 엉덩이를 통해 올라오는 냉기가 등골을 타고 온몸에 퍼졌다. 예배를 드리며 발이 시려 동동 구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당시 군대에선 ‘전군 신자화 운동’과 ‘1인 1종교 갖기 운동’이 시행되고 있었다. 병사들은 주일 오전 기독교 불교 가톨릭 중에서 하나의 종교행사에 참여했다. 믿음이 좋은 병사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예배를 드렸지만 믿음이 없는 병사들은 따뜻한 내무반에서 열리는 미사나 법회에 참석했다.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렇게 첫 겨울을 지내고 나는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주님, 예수 믿는 병사들이 다함께 예배 드릴 수 있는 넓은 예배당을 주세요. 초신자들이 추운 날에도 가톨릭이나 불교로 가지 않고 교회에 올 수 있도록 넓은 예배당을 주세요.”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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