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21) 경남 합천 하남마을 기사의 사진
경남 합천군 초계면 하남마을 주민들이 조성한 ‘양떡메마을’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이 마을에서는 콩, 양파 등을 수확해 메주와 양파즙을 만들어 팔고 있다. 하남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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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고속도로에서 경북 고령IC로 나와 907번 지방도 쌍책방면 우측방향으로 10㎞정도 가다보면 산 좋고 물 좋은 합천군의 작은 고을 하남마을이 나온다. 지난 30일 찾은 하남마을은 주변에 펼쳐진 농지와 들녘이 영락없는 시골농촌마을이다. 하지만 마을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마을 입구로부터 도랑 옆 공간을 정비해 푸른 소나무와 영산홍으로 덮은 깔끔하게 정돈된 화단은 시골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게다가 마을 한쪽 넓은 공터에 자리 잡은 농촌체험장과 운치 있는 정자나무와 사방이 산으로 이뤄져있다. 길 위에 서면 넓은 평야지대에 농촌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남 합천군 초계면에 위치한 하남마을은 총 53가구 158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남마을은 분지 형태의 평지로 수리시설이 거의 완벽해 비옥한 토지에 미맥 위주의 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마을은 여느 시골처럼 나이 든 사람이 많고 40가구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벼농사 중심의 비교적 낙후된 환경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마을 사람들은 이런 청정 조건을 적극 활용해 살기 좋은 마을로 변화시켰다.

이 마을은 밭농사와 벼농사를 동시에 하는 주로 콩, 양파 등을 수확해 메주와 양파즙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쌀로 만든 떡국가래는 이 마을의 명품이다. 인근 창녕 등에서 많은 양파를 생산하지만 이 마을에서는 작업장을 증축하면서까지 품질 좋은 양파즙을 만들었다. 또 위생건조실을 조성해 떡가래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해냈다. 이 마을기업의 상호는 ‘양떡메마을’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양파즙, 떡가래, 메주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상품 가격은 양파즙 110개가 들어있는 1박스에 3만원, 떡국 가래떡은 20㎏ 6만5000원, 메주는 14㎏ 14만원에 팔고 있다. 상품 판로는 인터넷 주문이 40%, 전화주문 50%, 현장판매가 10%정도다. 2010년부터 평균적으로 3억원 이상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입소문을 타고 3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직접 맷돌을 돌려 만드는 손두부 만들기 체험, 메주 만들기 체험, 인절미를 만들기 위한 떡메치기 등 이 마을의 체험활동 프로그램은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을 특산물과 로컬푸드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있다.

이 마을은 2005년 장수마을로 지정될 만큼 노인인구가 많았다. 대대로 콩을 재배하는 이 마을 할머니들은 유난히 메주 빚는 솜씨가 뛰어났다. 하지만 이처럼 뛰어난 재주를 상품화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공무원이 “이 마을에서 재배하는 콩으로 할머니들이 메주를 가공해 팔면 어떠냐”는 권유로 마을기업 ‘양떡메 마을’이 탄생하게 됐다.

이렇게 시작한 마을기업은 대성공이었다. 이 마을은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됐고, 일자리 창출효과까지 거두게 됐다. 농한기에는 상근 1명과 비상근 17명을 고용해 농산물을 가공하고 있다.

또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마을기업 인근에 급식소를 만들어 주 5일 공동무상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급식소는 하남마을이 2005년 장수마을로 선정되면서 나온 지원금으로 만든 사무실을 리모델링해 운영 중이다. 이 마을 주민 김남순(76) 할머니는 “마을에 독거노인들이 많은데 공동급식소에서 식사를 하며 서로간의 안부를 확인하고 대화의 기회가 늘었다”고 말했다.

급식소는 주민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주간 식단을 만들어 급식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또 명절에는 가구당 현금 5만원과 떡가래 1봉을 53가구에 배부하며 마을에 필요한 공동시설 확충하거나 마을공동명의로 매입한다.

마을기업은 최근 고령자들이 제품을 판매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노동력이 없어 마을기업 운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던 고령자들도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자식들에게 연락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나 지인들과 연락이 잦아져 어르신들에게도 활기가 생겼다.

이 업체는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매년 100만∼200만원의 교육발전기금을 합천군에 기부하고 있고 매년 음력 설 전에 초계면에 있는 경로당 20곳에 100만원 상당의 떡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합천군 500여개 경로당에 1200만원 상당의 떡을 돌렸다. 또 매년 합천군에 저소득층을 위한 떡 600㎏을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양떡메 마을은 이 같은 성과로 6차 산업의 선진모델로 인정받아 2014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제2회 6차산업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양떡메 마을 관계자는 “매년 20여 곳의 지자체 마을기업에서 운영 활성화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지자체 초청으로 현장에 가서 강연을 하며 노하우를 전수 해주고 있다”면서 “농업 경영체가 2∼3배의 소득을 끌어올리고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있어 구심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합천=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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