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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용희 (14) 제대 한 달 앞두고 부대교회 건축 시작했지만…

민간모금 중지로 예배당 크기도 축소… 교회는 돈 아닌 기도로 지음을 깨달아

[역경의 열매] 이용희 (14) 제대 한 달 앞두고 부대교회 건축 시작했지만… 기사의 사진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와 군목, 김태구 백골부대 제3대대장 부부, 후임 군종(앞줄 왼쪽부터)이 1983년 9월 3일 군대교회 헌당예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83년 6월 초 ‘말년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는데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었다. 부대 내에선 내가 교회건축을 위해 민간인들에게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상급부대에서 주의를 줬다. “허가 없이 민간교회 지원으로 대대교회를 지을 수 없음.”

건축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아쉽지만 이미 모금한 건축헌금은 다시 돌려줬다. 영락교회 여전도회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여전도회 회장님은 무척 안타까워하셨다. “좋습니다. 건축헌금은 도울 수 없어도 건축 후 예배당에 필요한 강대상, 장의자 등 모든 비품을 후원하겠습니다. 끝까지 승리하세요. 이 병장!”

교회가 아닌 친지들로부터 후원받은 돈만 건축헌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건축규모도 변경했다. 원래는 기존 예배당을 허물고 200명 이상 들어가는 예배당을 지으려 했다. 그러나 현재 있는 건물을 보수하고 증축하는 형식으로 바꿨다. 예배당 한쪽 벽을 헐고 길게 확장해 40명 들어가던 공간을 150명이 들어가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안타깝고 억울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해 6월 중순 드디어 교회건축이 시작됐다. 대대 내에서 건축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중대·소대 군종들이 중심이 돼 직접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부었다. 벽돌을 정성스럽게 쌓기 시작했다. 혹시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대대장님께 누가 될까 봐 최대한 신속하게 마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자재였다. 자재가 제때 도착해야 건축이 중단되지 않고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필요한 자재들이 오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손을 놓고 자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자재가 도착하지 않으면 올 때까지 금식하며 기도했다.

놀랍게도 금식기도를 시작하면 여러 사정으로 오지 못했던 자재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단됐던 건축이 재개됐다. 어떤 때는 3일을 금식기도하고 난 후에야 기다렸던 자재가 도착했다.

나는 이 일을 통해서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교회는 돈으로 짓는 게 아니라 기도로 짓는 것이구나.’ 예전에는 돈만 준비되면 교회건축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교회는 성도들의 믿음과 기도로 짓는 하나님의 집이다.’ 지금도 많은 교회를 바라볼 때 ‘저 교회를 짓기 위해 담임목사님과 성도님들이 얼마나 많은 기도와 헌신으로 수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금식기도를 하면서 교회건축을 감독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군대교회 건축의 어려움을 아는 많은 분이 후방에서 뜨겁게 기도해 주었다. 7월 5일이 전역 예정일이었다. 그러나 공사는 아직도 한참 남아 있었다. 후임으로 온 신병 대대군종에게 건축 총감독을 넘긴다는 것은 무리였다. 고민하다가 제대 후 서울에 가서 예비군 신고를 하고 다시 부대로 복귀하기로 했다.

전역을 앞두고 백골부대 전역자 송별회에서 내가 대표로 답사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백골부대에 첫발을 디뎠던 신병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2년3개월이 지나갔다. 대학에서 교련을 배웠기 때문에 6개월 복무 기간 단축 혜택을 받았다. “군기가 세고 훈련의 강도가 센 백골부대! 군 복무는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축복이었고 이를 통해 늠름한 대한의 남아가 됐습니다.”

전역 후 서울로 와서 전역자 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곧바로 강원도 철원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예비군복을 입고 부대 정문에 들어서니 많은 후배 병사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도착하자마자 교회건축 현장으로 뛰어갔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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