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용희 (15) 첫 취업면접서 “일요일도 일할 수 있나” 질문에…

당장 취업해 부모님 모셔야 했지만… 주일성수 못하는 직장은 제외하기로

[역경의 열매] 이용희 (15) 첫 취업면접서 “일요일도 일할 수 있나” 질문에… 기사의 사진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뒷줄 가운데)가 1984년 8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식에서 부모(이 대표의 왼쪽), 이화여대 다락방전도협회 후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로 군대교회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내부공사만 남은 상태에서 후임 군종들에게 남은 공정을 부탁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며칠 후 공사를 마쳤다는 연락이 왔다. 서울 영락교회 여전도회에 건축 상황을 보고했다. 약속대로 강대상과 장의자 일체를 준비해 1983년 9월 3일 헌당예배 때 오셨다. 주변에서 필요한 비품도 지원해 주셨다. 헌당예배 때 이런 기도가 절로 나왔다.

“주님,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예배드릴 수 있는 예배당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더 좋은 예배당을 짓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성전을 넘나드는 장병들이 예수 믿고 구원받게 해주세요.”

군복무를 마치고 곧바로 가을학기에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로 복학했다. 나는 원래 정치·경제와 경제정책에 관심이 많았다. 81년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지만 재학 중에 정치외교학을 복수전공했기 때문에 졸업 후 정외과에서 2학기를 공부하면 정치외교학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제대 후 첫 학기는 매우 힘들었다. 제대 말년에 군대교회 건축으로 체력은 소진되어 있었고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최전방에서 2년3개월 동안 거의 책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다가 다시 공부를 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콜록콜록.” 무리하게 공부를 한 탓인지 학기말고사를 앞두고 기침이 시작됐다. 그런데 기침이 그치지 않았다. 상태가 점점 심각해져 큰형이 레지던트로 있는 국립의료원에 갔다. 결핵성 급성폐렴이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학기말고사를 제대로 치르지도 못했다. 겨우 추가 시험을 보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큰형이 한 달 동안 매일 주사를 놔줬다. 결핵약은 1년 넘게 먹어야 했다. 빠르게 회복됐고 겨울방학에는 농촌 전도를 갈 수 있었다. 84년 8월 서강대 정외과 졸업이 눈앞에 다가왔다. 당시는 아버지가 은퇴하신 뒤라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레지던트였던 큰형과 작은형이 동시에 군 입대를 했다. 나는 유학을 꿈꾸고 있었지만 형들이 전역할 때까지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구직에 앞서 주님께 이런 기도를 드렸다. ‘첫째, 주일성수할 수 있는 직장을 주십시오. 둘째, 8월 말까지 이화여대 다락방 모임에서 말씀 전하는 직분을 감당할 수 있는 직장을 주십시오. 셋째, 전공과 영어 능력이 향상될 수 있는 직장을 주십시오. 넷째, 월급이 50만원 이상 되는 직장을 주십시오.’ 월급을 특별히 명시한 것은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원서를 낸 곳은 삼성전자였다.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에 들어갔다. 임원들이 내 서류를 훑어보더니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기독교 활동을 많이 했던데 우리 회사에 온 뒤 만약 일요일에도 근무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네, 새벽예배를 드리고 와서 근무하겠습니다.”

그러자 송곳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매주 일요일 근무하라고 하면 어찌 하겠습니까?” “그러면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옆에 있던 임원이 민망했던 것 같다. “뭘 이런 걸 가지고 꼬치꼬치 따지나?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자고.”

면접장을 나오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 후 결과가 나왔다. 불합격일 줄 알았는데 합격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당시 대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삼성전자도 주일날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일성수는 기도제목 중 첫 번째였다. 거룩한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직장은 제외 대상 1순위였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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