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루리웹의 저주? 인수 포털마다 잇따라 사세 기울어… 사명 바꾼 ‘다음카카오’의 다음은 기사의 사진
[친절한 쿡기자] 광케이블은커녕 모뎀에 전화선을 연결한 PC통신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던 1994년. 비디오게임에 푹 빠진 한 청년이 PC통신 하이텔에 접속할 아이디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청년이 당초 생각한 아이디는 ‘ONNURI(온누리)’였습니다. 하지만 오자를 내면서 엉뚱하게 ‘ONRURI(온루리)’라는 아이디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청년은 아이디를 그대로 사용해 게임 게시판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게임 정보를 공유하면서 잡담이나 나눌 생각이었지만 게임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게시판은 동호회로 확대됐죠. 청년은 광케이블망 확대로 닷컴 열풍이 불었던 2000년에 게시판의 몸집을 불렸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에서 ‘온’을 뺀 ‘루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 게임 커뮤니티사이트 루리웹(ruliweb.daum.net)은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게임을 즐기는 10, 20대부터 ‘닌텐도 세대’로 불리는 30,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이 루리웹에서 활동합니다. 이제는 하루 평균 55만명이 방문하는 대형 사이트로 성장했습니다.

루리웹은 지금 다음카카오의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위기의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다음카카오가 지난 1일 “사명에서 다음을 빼고 카카오로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입니다. 포털사이트로서 다음의 명칭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네티즌들 모바일 위주의 인터넷 지각변동 속에서 ‘포털 공룡’의 멸종을 알리는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루리웹을 인수한 기업형 포털사이트들은 하나같이 쇠락을 경험했습니다. 2002년 인티즌, 2004년 드림위즈, 2006년 엠파스, 2009년 네이트가 그랬습니다. 카카오와 합병 이전인 2011년부터 루리웹에 투자한 다음도 사실상 쇠락의 위기에 놓였죠.

상황이 이러니 2일 루리웹에서는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가” “또 어느 포털 공룡을 사냥할 계획인가”라는 회원들의 조소가 나옵니다. 심지어 ‘루리웹의 저주’란 말까지 돌고 있습니다.

루리웹은 포털사이트들이 서비스한 여러 사업의 일환일 뿐입니다. 쇠락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특화된 콘텐츠로 게임 마니아들의 취향을 관통해 꾸준하게 브랜드 파워를 키운 성공 모델에 가깝습니다. ‘포털 공룡’들도 견디지 못한 인터넷 지각변동 속에서 생존 전략을 제시한 셈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포털 공룡’은 루리웹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을 겁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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