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작가를 위하여] ‘읽히는’ 이야기 어떻게 쓸 것인가 기사의 사진
한국 문학이 외면 받은 지는 오래다. 여기에 표절 논란까지 겹쳐 문학시장에 대한 염증마저 부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단의 대선배격인 김원우(68·사진)씨가 작가를 위한 책을 냈다. ‘작가를 위하여’라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소설집 ‘무기질 청년’, 장편소설 ‘짐승의 시간’, 한국 소설의 적폐를 고발한 문학담론집 ‘산책자의 시선’ 등을 낸 작가가 쓴 출판의 변은 독하다.

“모든 분야가 나날이 눈부신 발전과 빛나는 세련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형편에 왜 하필 소설만 한결같이 제자리 뜀뛰기나 하고 있을까. 책은 그런 자성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기도하느라고 쓴 것이다.”

모든 이들이 작가를 꿈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 매체의 활성화로 잘 된 스토리텔링에 대한 욕망은 넘쳐난다. 책이 상정하는 독자의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

책은 이야기란 무엇인가, 이야기를 어떻게 꾸릴 것인가,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문장과 문체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요긴한 지침이 그득하다.

정보는 넘쳐나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이는 곧 표절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자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저자는 ‘창의력=독창력’이 아니라, 기왕의 ‘경험=사실’에 대한 작가의 적당한 ‘바꾸기-덧대기-부풀리기’, 곧 변주능력이라고 주장한다. 모두가 침 튀기며 말하는 군대 얘기, 신혼집 단칸방 얘기라도 개인의 ‘경험성’이 가해질 때 새로움을 발하며 ‘베끼기’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야기를 잘 쓰기 위해서는 ‘정보/사실’의 싹수를 알아보는 안목도 갖춰야 한다.

‘읽히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육하원칙의 원론적 고수를 버려야 한다. 그 여섯 개 요소를 어떤 순서로 매길지, 각각의 요소에 대한 분량을 어떻게 할지, 어떤 걸 생략할지 등 구성력이 더 중요하다. “똑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들리는 건 문체의 아우라가 아니라면 플롯(구성) 덕분”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매 절이 끝날 때는 친절하게 전체 내용을 요약도 해 준다. 이야기에 대한 구상은 반드시 공책에다 ‘단어/문장’으로 작성하라. 머리로만 엮어가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첫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글을 쓸 수 없다는 핑계는 직무유기다. 비문이든 악문이든 일단 써놓고 고치기를 반복하라. 읽히는 글의 요체는 문장과 문체에 있으니 같은 단어를 절대 한 문장에서 쓰지 말라 등등.

쉬우면서도 적확하고 그러면서 깊이를 담은 언어들이 한 여름 우물에서 길어 올린 찬물처럼 서늘하게 와 닿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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