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궁궐의  밤길,  창덕궁  달빛  기행 기사의 사진
보름달에 비친 상량정. 사진작가 서헌강 제공
궁궐의 밤길은 아무나 거닐 수 없다. 높은 궐담이 인적을 차단한다. 초저녁에 전각마다 스며든 어둠은 먼동이 터올 무렵까지 머문다. 대문에 걸어놓은 등불은 고즈넉이 길바닥을 밝힌다. 달빛이 비치면 밝은 낮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전각을 장식한 단청이 한껏 빛이 난다. 대궐 안 커다란 나무가 무성한 푸른 잎으로 창공을 감싼다. 연못은 고요히 잠을 잔다.

창덕궁이 밤길을 열었다. 올해 5년째인 달빛기행의 인기가 높다. 2010년 봄에 시작해서 올해까지 2만여명이 찾았다. 창덕궁 밤길 순례는 낮에도 공개하지 않는 공간도 보여줘 더욱 흥미를 끈다. 부용지에 비친 보름달과 영화당 가야금 연주자의 쪽진 머리는 신비감을 자아낸다. 달빛기행 소문으로 인터넷 예약은 몇 초 만에 종료된다. 한 회 100명의 인원 제한이 아쉽다.

낙선재 뒤뜰의 상량정에 보름달이 떠올랐다. 젊은 왕 헌종과 경빈 김씨의 사랑이 서려 있는 정자이다. 정조 임금이 산책한 부용지 건너편에 주합루가 조명을 받아 윤곽이 선명하다. 궁안 민가인 연경당의 우리가락 공연도 인상적이다. 창덕궁 달빛기행의 열띤 반응으로 정궁인 경복궁도 밤길을 열게 했다. 창덕궁 관리사무소는 아름다운 화보 ‘달빛기행’을 내년에 발간할 계획이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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