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호기심 빼앗는 스포일러 놓고  “알릴 권리” vs “모를 권리” 공방 기사의 사진
최근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아래는 강원도 평창군의 한 공무원이 무한도전 촬영 관련 공문을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다. 무한도전 홈페이지·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친절한 쿡기자] “아직 이 영화 못 봤는데 ‘스포일러 주의’ 좀 써주지.” “개봉한 지 20년 된 영화에 스포일러 타령은 좀 아닌 것 같은데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포일러 논쟁이 자주 벌어집니다. “스포일러는 본인이 피해라”는 주장과 “내가 안다고 다른 사람도 그렇다고 생각지 말라”는 반론이 맞섭니다. ‘스포일러’는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를 누설해 감상을 망치는 행동을 뜻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짓궂게 훼방한다는 의미의 ‘헤살’로 순화했지만 익숙한 단어는 ‘스포’죠.

우리나라에서 스포일러가 주목받은 것은 1995년입니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려고 극장에 온 관객들에게 누군가 “범인은 절름발이다”라고 외쳤던 사건이 있었죠. 영화 ‘식스센스’가 개봉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

이야기가 기본이 되는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스포일러는 최악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해 다른 사람의 각종 감상평과 리뷰에 접근하기 쉬워진 뒤부터는 스포일러를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본의 아니게 뉴스를 보다 당하는 경우도 있죠. 이를테면 ‘더 지니어스, 홍진호 탈락·김경훈 생존’ 같은 기사 제목만으로도 결론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MBC 예능 ‘무한도전’은 스포일러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최근 영동고속도로가요제는 녹화 단계부터 출연진이 모두 공개됐습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복면을 씌웠지만 이미 누가 누군지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방송 후 “김샜다”는 시청자 반응이 이어졌죠. 또 강원도 평창군에서 작성된 공문서(사진)가 유출돼 가요제가 평창에서 열린다는 사실까지 알려졌습니다. 경쟁적인 내용 누설에 ‘무한도전’만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쯤 되면 뉴스뿐만 피해 다녀서 될 문제가 아니네요.

과도한 스포일러 회피로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도전이 죽는다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에 ‘스포하지 말라’는 댓글을 단 네티즌도 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 속 악당 다스베이더의 대사를 그대로 패러디한 통신사 광고도 질타를 받았죠. 당시는 이 영화가 개봉한 지 무려 13년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알 권리도 있지만 모를 권리도 있습니다. 기사나 리뷰 제목에 떡하니 결론을 담아서는 곤란하겠죠. 지나치게 예민한 것도 불필요한 논쟁을 가져올 뿐입니다. 언제나 민감한 주제인 스포일러, 서로 조금씩 조심하고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