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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중국 경사론’ 기우 아닐까

“한·미동맹은 매우 굳건하며 한·중관계 발전은 미국의 이익과도 부합해”

[김진홍 칼럼] ‘중국 경사론’ 기우 아닐까 기사의 사진
지난 2∼4일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訪中) 및 전승절 외교는 출발 직전까지 말들이 많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성과들이 적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양국 관계가 정랭경열(政冷經熱)에서 정열경열(政熱經熱)로 전환됐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는 동북아에 ‘한·미·일 대 중·북·러’ 구도를 넘어선 신(新)질서의 서막이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30여명의 초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박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는 등 각별히 예우한 반면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경우 맨 끝자리를 전전함으로써 중국이 북한보다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더 중시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하지만 미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여전히 ‘중국 경사론(傾斜論)’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보다 중국에 경도됨으로써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그래서 오는 10월 1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미국의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미국과의 관계에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는 건 적절한 지적이나, 좀 과하다는 생각이다.

한·미동맹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겉으로는 대체로 평온했지만 실제로는 갈등과 긴장으로 점철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가까운 사례로, 노무현정부 때 한·미 양국이 ‘자주국방’과 ‘주한미군 감축’으로 맞부딪치면서 마찰음을 냈다. 그런 과정들을 거쳤기에 양국 동맹관계는 지금처럼 단단해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양국은 외교·군사·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바탕에는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양국 간 신뢰는 견고하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때문에 훼손될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 중국 경사론은 한·미동맹의 굳건한 결속력을 과소평가한 데서 나온 기우(杞憂) 아닐까 싶다.

또 돈독한 한·중 관계는 미국의 이익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동북아 안정은 미국도 원하는 바다. 동북아 평화의 최대 위협요인은 북한 핵 문제다. 6자회담을 통한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면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시 주석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을 강조하고, 북한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고 압박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벌써 후속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접근이 미국이 바라는 대로 북핵 문제의 고리를 푸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유익한 흐름이다. 요동치는 동북아 외교지형에 주도적으로 대응해 역내 평화에 기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전략적 가치가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2012년 5월 이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오는 10월 말이나 11월 초 개최하자고 제의하고, 시 주석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낸 것은 미국과 일본의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이 아직도 역사인식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갖고 있지 않지만 동북아 평화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3국 정상회의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유연한 자세까지 보여줬다. 아울러 향후 미·중 사이에 껄끄러운 사안이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가 교량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발판도 마련됐다고 하겠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다. 신중하고 정교한 외교전략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중국 경사론’에 너무 얽매이지는 말자. 최상의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가 양립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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