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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생명의 말씀 전한 200여명 작품 한자리에… 한국기독교미술 50년展

미술로 생명의 말씀 전한 200여명 작품 한자리에… 한국기독교미술 50년展 기사의 사진
왼쪽은 박수근이 종이에 연필로 그린 ‘교회당이 보이는 풍경’(1957). 박수근 부부는 6·25 전쟁 후 서울 창신동에 자리를 잡고, 인근 동대문교회에 다녔다. 그림 속 교회는 동대문교회로 추정된다. 위는 김병종이 닥판에 그린 ‘생명의 노래’(2005). 김병종은 따뜻하고 밝은 색으로 생명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그리고 있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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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를 들고 모자를 쓴 사내가 계단에 걸터앉아 있다. 멀리 언덕 위로 교회가 사내를 내려다보는 듯하다. 길 에는 아낙네가 두엇 걸어간다.’ 한국의 대표 화가 박수근(1914∼1965)의 1957년 드로잉 ‘교회당이 보이는 풍경’이다. 기독교인이었던 그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평생 소박하고 정겨운 사람과 풍경을 그렸다.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린 박수근은 진정한 기독교 미술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한국전쟁 후 아내 김복순과 서울 창신동에 정착, 동대문교회에 다녔다. 김복순은 남편에 대해 “그이는 노점에서 물건을 샀다. 노점에서 과일을 살 때도 한 군데에서 사지 않았다. 여러 노점에서 나눠 사 이웃한 행상들이 섭섭해 하지 않도록 했다”고 전한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가 19∼2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한국기독교미술 50년전’을 연다고 8일 밝혔다. 개관 예배는 19일 오후 3시다. 고 박수근 김학수 이연호 이명의 김기승 이철경 등 원로작가 20여명과 기독 미술인 190여명의 작품이 출품된 대규모 전시이다. 박수근의 작품은 장신대가 소장하던 것이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설립 50주년을 맞아 여는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인선교회와 아트미션이 공동 주최한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는 66년 이연호 목사와 이명의 선생의 뜻으로 처음 시작됐다. 최명룡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회장은 “50년 전 그림 조각 글씨로 이웃에게 생명의 말씀을 전한 그분들의 뜻을 이어 받아 올해 3대 기념사업으로 전시회, 학술대회 개최와 역사자료집 발간을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미술이란 기독 작가의 영성을 바탕으로 나온 순수 미술을 가리킨다. 방효성 한국기독교미술 50년전 기획위원장은 “기독교 미술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선한 시선으로 표현한 모든 것”이라며 “십자가, 백합, 어린양 등의 기독교 이미지만 다루는 것을 기독교 미술이라고 이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협회가 설립된 60년대가 기독교 미술의 태동기였다면 70, 80년대는 도약기였다. 80년대 김학수의 ‘예수의 생애’ 김병종의 ‘바보예수’ 연작이 나왔다. 90년대부터 크리스천의 사회 참여와 일상 문화를 그리는 작품이 나왔다.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는 전시 도록 서문에서 “한국 기독교 미술인들은 궁극적 실재에 대한 관심과 일상 속 인간의 열정을 작품 속에 꾸준히 담아왔다”고 평가했다.

전시 경향도 이를 반영한다. 협회는 6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미술관에서 대여한 작품으로 렘브란트 탄생 300주년 기념작품전을 열었다. 86년 국제기독교미술전을 열었다. 90년 창립된 미술인선교회는 기독교미술대전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2000년대 협회는 정기전 테마를 ‘이웃의 재발견’ ‘일상의 재발견’ 등으로 넓혀왔다.

기독 미술인의 적극적인 창작 활동에도 불구하고 기독 미술은 한국 교회나 성도들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방 회장은 “귀로 찬송을 듣듯 눈으로 기독교 미술을 보는 것을 교회학교와 신학교에서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한국교회 예술 분야에서 음악은 100 중 99의 관심을 받는 데 비해 미술은 1의 관심도 못 받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협회는 교회 복도나 빈 벽에 기독 미술 작품을 거는 것을 기독 미술 발전을 위한 구체적 실천 사례로 제안한다. 기독교미술 심포지엄은 다음달 29일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 장신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한국기독교미술사’ 출판기념식도 같은 날 이뤄진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는 매년 정기전을 개최하고 기독 미술가에게 기독교미술상, 청년작가에게 청년작가상을 수여하고 있다(02-2278-8388).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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