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철 칼럼] 새정치연합이 환갑잔치 한다는데 기사의 사진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는 18일 ‘환갑잔치’를 한다. 1955년 9월 이날 이승만 독재에 맞서 출범한 민주당의 창당 60주년을 기념해서다. 국회에서 기념식을 갖고 당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한편,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대비해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계획이란다. 새정치연합은 신익희(대표) 조병옥 장면 곽상훈 백남훈(이상 최고위원) 등이 만든 민주당을 자신의 뿌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야당가에 신당, 분당 얘기가 무성한 시점에 ‘분열과 갈등의 DNA’를 가진 민주당의 창당을 기념한다는 소리가 조금은 의아하게 들린다. 민주당은 창당 과정에서부터 간판을 내릴 때까지 계파 싸움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신파·구파 싸움은 4·19 혁명으로 엉겁결에 정권을 잡은 뒤 더욱 심해져 나라를 극도의 혼란에 빠뜨렸다. 박정희 군사 쿠데타는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조 정당’에 대한 기념행사를 굳이 하겠다면 화합과 통합의 기회로 활용해야겠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던 좋은 전통은 이어받되 정치인의 자기 영달을 위한 계파싸움과 명분 없는 분당 결행은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다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앞날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혁신위원회 활동 결과를 당론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친노·비노 갈등이 더 확산될 조짐이다. ‘신당은 상수’라는 박지원의 발언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야권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대동단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집권세력을 견제하며 수권능력을 갖출 생각이라면 신당 창당은 막아야 한다.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했던 1997년 김대중과 2002년 노무현은 대동단결에 힘입었다. 야권세력으로도 모자라 보수세력인 김종필, 정몽준과 각각 손을 잡았기에 집권할 수 있었다. 2007년 정동영이 참패한 것과 달리 2012년 문재인이 선전한 것도 중도보수 성향인 안철수와 연합했기에 가능했다.

총선을 겨냥한 천정배 중심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크게 성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창당의 필수 요건인 명분과 인물이 약하기 때문이다. ‘왜 신당이냐’에 대한 답이 명쾌하지 않다. 흔히 ‘문재인으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러면 천정배로 가능한가’에 대해 자신 있게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 후보감이 없는 정당이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현재 거론되는 신당추진 인사 중 눈에 띄는 대선후보감이 있는가. 내가 보기에 아직은 없다.

‘천정배 신당’은 세력의 크기에 상관없이 수도권의 야권표 분산으로 새정치연합에 참패를 안길 가능성이 있다. 총선 때마다 수도권에선 근소한 차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반토막 수준임을 감안하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를 알고도 창당을 강행하는 것은 야권 지지자들에게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야권의 대동단결을 위해서는 기득권을 가진 문재인이 자신의 일부를 내려놓는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은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등 비주류 중진들과 탈당을 고려 중인 의원들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당 화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친노 패권주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질이 떨어지는 측근들을 과감하게 배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야권대통합비상대책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총선을 치르겠다는 특단의 각오를 해야 할 시점이다. 비워야 다시 채워지는 법이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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