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용희 (18) 귀국했다가 결혼 강권하는 아버지와 팽팽히 맞서

결국 공부 늦추고 기도모임 이끌던 중 UNDP 프로젝트 맡아 직장생활 시작

[역경의 열매] 이용희 (18) 귀국했다가 결혼 강권하는 아버지와 팽팽히 맞서 기사의 사진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왼쪽)가 1994년 유엔개발계획 내셔널 컨설턴트로 인도를 방문해 현지 경제 관료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국 예일대 대학원에서 국제개발경제학 석사학위를 마치고 앤아버에 있는 미시간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과정 입학허가를 받았다.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전인 1992년 여름 한국을 방문했다. 아버지는 누나와 형들이 모두 결혼했기 때문에 막내인 나를 꼭 결혼시키겠다고 작정하신 모양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나온 나는 농촌 전도 활동 등으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아버지는 급한 마음에 여러 곳에 중매를 부탁하셨다. 그렇게 수차례 선을 봤는데 어느 순간 선을 보는 게 좀처럼 내키지 않았다. 그때부터 아버지와 팽팽히 맞서기 시작했다. “결혼을 안 하면 미국에 절대 못 들어간다.” “아버지, 저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공부를 1년 늦추고 결혼한 뒤 미국에 다시 들어갈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한국에 나왔을 때부터 작은 기도모임을 시작했다. 은사이자 신앙적으로도 돌봐주셨던 박을용 박사님이 진지하게 부탁하셨다. “용희야, 교회를 비판하고 돌을 던지는 사람이 많구나. 그런데 그 돌을 맞으며 교회를 위해 울며 회개 기도하는 사람이 없어. 네가 한국교회를 위해서 회개 기도하며 교회의 회복과 부흥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좀 시작해야겠다.”

온누리교회 장로이신 박 박사님은 한동대 부총장까지 역임하신 분이다.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다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교류협력센터 소장으로 오셨다.

‘나도 부족한데 어떻게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 그래도 박 박사님의 말씀을 거절할 순 없었다. 순종하는 마음으로 가까운 친구들과 기도모임을 시작했다. 사역자와 중보기도자들이 주로 모였다. 다들 바쁘게 사역하고 있어서 매주 월요일 저녁시간을 잡았다. 모임 이름도 ‘월요 기도모임’이라고 했다. 한국사회와 교회, 북한선교를 위해 집중적으로 기도했다.

기도모임은 온누리교회, 사랑의교회, 이화여대 다락방전도협회 채플 등에서 열렸다.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고 기도하기 위해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특강을 청취한 뒤 기도제목을 정리해서 기도했다.

1993년 여름 박 박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용희야, 유엔개발계획(UNDP) 경제개발 프로젝트에서 일 좀 해야겠다.” “예? 저는 미국 박사과정 입학허가까지 받아 놓은 상태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기도해 봐.”

‘그래, 박사과정은 좀 늦어도 되니 UNDP 일을 하면서 결혼문제부터 해결하자.’ 한국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직장생활이 그렇게 시작됐다. 그해 9월부터 UNDP에서 진행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개발 프로젝트에서 내셔널 컨설턴트를 맡았다. 주 업무는 중국 베트남 몽골 등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의 경제 담당 공무원들에게 시장경제를 교육시키는 것이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의 경제개발도 도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개발분과 네트워크 코디네이터로 경제개발 프로그램과 국제행사 등을 진행했다.

과거 공산주의 국가에 들어가서 현지 공무원들과 교제하며 간접적으로 예수님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저개발 국가를 도우면서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한국전쟁 이후 선진국으로부터 구호물자를 받던 우리나라가 어려운 나라를 돕는 국가가 됐다는 사실에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그러나 월요 기도모임과 UNDP 업무에 주력하면서 결혼은 계속 미뤄졌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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