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제2의 벤처 창업 붐… 활력 잃은 한국경제 새 힘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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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높은 성장가도를 달려온 한국경제는 최근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3% 달성도 쉽지 않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0.3%로 5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대외 악재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던 수출은 선진국의 경기 둔화, 중국경제의 구조 변화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내수 역시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위축돼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작업이 미래의 먹거리 발굴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지속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 유망 분야를 찾고 육성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은 이미 2009년과 2011년 국가혁신 전략을 세웠고, 유럽연합은 2010년 유럽2020 전략을 마련했다. 한국에 앞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일본도 2010년 신성장전략을 구축하고 실행 중이다. 한국은 지난해 13대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이를 육성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또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벤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13대 성장동력=정부는 2013년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130여명의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한 ‘미래성장동력기획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회는 미래사회 변화, 시장 수요, 글로벌 트렌드 및 우리나라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 지난해 13대 미래 성장동력을 선정했다. 미래 성장동력은 9대 전략산업과 4대 기반산업으로 구성돼 있다. 전략산업은 스마트자동차, 지능형 로봇, 실감형 콘텐츠, 착용형(웨어러블) 스마트기기, 신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고 기반산업은 지능형 반도체, 융복합 소재, 빅데이터 등이다.

우선 정부는 스마트자동차의 경우 글로벌 스마트자동차산업 3대 강국 실현을 목표로 ‘자동차-도로-ICT’ 인프라를 연결한 스마트자동차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주요 연구·개발에 중소기업 참여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2020년쯤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능형 로봇은 2020년 로봇 생산 9조7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재난 대응, 고령자 헬스케어, 의료 등 대형 테마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착용형 스마트기기는 대표 제품 100개 사업화와 글로벌 기술 선도를 목표로 반도체, 스마트센서 등 핵심 부품 기술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선정한 13대 미래 성장동력 중 한국이 가장 앞선 분야는 착용형 스마트기기와 실감형 콘텐츠 분야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특허청이 지난 7월 최근 12년 동안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에 출원된 특허 약 10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특허 점유와 특허 피인용, 주요국 특허 확보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기술 중 착용형 스마트기기와 실감형 콘텐츠 부문이 상중하 등급 가운데 상을 받았다. 반면 스마트자동차, 지능형 로봇, 신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 등 나머지 10개 부문에서는 중 등급으로 분류됐다. 특히 맞춤형 웰니스케어와 융복합 소재는 특허 점유 수준이 모두 약 10%에 불과하고 주요국 내 특허 확보 지표 역시 각각 2.4%, 6.0%에 그쳐 특히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조사돼 이 분야 정책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성장·고용 살려낼 동력, 벤처=최근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한국경제의 대안 중 하나는 벤처 창업이다. 사실 정부가 벤처 창업 활성화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벤처는 국가경제 성장동력의 산실 역할을 해 왔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는 과정에서 부침을 겪었지만 벤처는 한국경제의 희망으로 주목받아 왔다.

최근 밑바닥에서부터 새로운 사업을 일으켜보겠다는 벤처 창업 열풍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제2의 창업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2005년 7월 말 9018개에 불과했던 벤처기업 수는 2015년 7월 말 현재 3만527개까지 늘었다. 매일 6개의 벤처기업이 새로 탄생한 셈이다. 창업 열풍에 지난 7월 신설 법인 수는 8129개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간 신규 벤처 투자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2004년 6044억원으로 바닥을 쳤던 투자액은 지난해 1조6393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956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인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벤처기업은 질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벤처기업이 2004년 68개에서 지난해 말 460개사로 늘었다.

창업 붐이 일고 있는 만큼 정부 고용 정책의 초점도 벤처 창업으로 쏠리고 있다. 정부가 8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도 창업 지원책이 많이 담겼다. 내년 예산안에는 벤처 창업 생태계 활성화의 하나로 창업 초기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창업은 했지만 제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을 통과할 수 있도록 100억원 규모로 창업 2∼5년차 기업에 대한 전용 사업화 프로그램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창업기업 지원 자금을 올해 1조3000억원에서 내년에 1조5000억원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창업 생태계는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신생 벤처의 3년 후 생존율은 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또 창업 초기 단계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엔젤 투자는 투자자 수나 금액 면에서 대단히 왜소한 상황이다. 벤처기업 중 엔젤 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경험이 있는 곳은 1.9%에 불과할 정도다. 질 높은 벤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재도전을 위한 지원이 강화돼야 하고, 창업 초기 자금 지원을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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