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페북 ‘따봉蟲’이 사는 법… ‘좋아요’ 받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감수 기사의 사진
직장인 박모(28)씨는 식사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음식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다. 끼니를 거를 때 빼고는 그가 뭘 먹었는지 페이스북만 보면 확인될 정도다. 박씨는 “음식 사진은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좋아요’를 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라며 “‘좋아요’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수고도 감당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친구들은 그를 ‘따봉충’이라 부른다. ‘좋아요’를 받으려고 페이스북 활동에 열심인 사람들을 조금 낮춰 부르는 말이다. ‘좋다’는 의미가 연상되는 말 ‘따봉’에 ‘벌레 충(蟲)’자를 붙였다. 박씨는 “뭐라 불러도 상관없다”며 ‘좋아요’ 수집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박씨의 행동은 ‘애교’ 수준이다. ‘좋아요’를 받기 위한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행동은 점점 자극적인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행동으로 관심을 끄는 일명 ‘페북 스타’들은 자신의 기행을 촬영해 SNS에 올린다. 변기에 라면을 넣은 뒤 먹거나 변기 물로 세수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에 올린 사람도 있다.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르는 영상, 겨드랑이에 밥을 비빈 뒤 먹는 영상 등도 게시됐다. 식견이 높거나 정의감이 투철하고 사리분별이 확실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페이스북 곳곳에 ‘개념 있어 보이는’ 댓글을 달기도 한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공허함을 SNS에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극대화된 결과라고 풀이한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수한 교수는 9일 “일상으로는 타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들일수록 온라인에서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페이스북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타인을 보고 싶은 욕망을 함께 충족시켜 주는 공간”이라며 “‘좋아요’ 개수는 남이 나에게 갖는 관심의 정도를 알려주는 숫자인 동시에 ‘이렇게 인정받는 나’를 남에게 과시하는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내가 찍은 사진이나 현재 상태에 대한 글 등을 남겨 지인과 교류하는 매체다. 지인들이 올린 글과 사진도 내 ‘뉴스 피드’ 페이지에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사람들은 엄지를 치켜 올린 손 모양의 아이콘 ‘좋아요’를 눌러 호감을 표시하거나 게시글 등을 공유한다.

이런 소통의 공간에서 나를 알리고 싶은 마음과 다른 이의 일상을 엿보려는 욕구에 오히려 지쳐 하며 ‘SNS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직장인 가모(25)씨는 대학생일 때 활발히 사용했던 SNS를 얼마 전 끊었다고 했다. 그는 “SNS만 보면 나만 빼놓고 다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나도 지고 싶지 않아 다양한 일상의 모습과 글을 올렸지만 그렇다고 내 삶이 바뀌는 것도 아니어서 공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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