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돌발 화제로 뜬 ‘역주행 신화’ 스타들  알고보니 준비된 ‘흙 속의 진주’였네! 기사의 사진
[친절한 쿡기자] 흰옷을 맞춰 입은 소녀 여섯 명이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신인 걸그룹 여자친구입니다. 빗물 흥건한 바닥에서도 힘찬 칼군무를 선보입니다.

공연 시작 후 24초. 한 명이 안무 대열을 옮기던 중 미끄러집니다. 그러나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고 다시 일어서죠. 금세 또 한 명이 발을 헛디딥니다. 마치 안무의 한 부분인 양 자연스레 넘어가네요. 이들은 4분 남짓의 공연 도중 8번이나 넘어지는 굴욕을 맛봤습니다. 그야말로 ‘사고’였습니다. 팬들은 이 광경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놀랍습니다. 현재 ‘오뚜기 영상'으로 회자되고 있는 이들의 공연 모습은 조회수 460만을 넘겼습니다. 타임지, 빌보드지 등 유수의 외신들이 일제히 이를 보도했죠. 특히 타임지는 “8번 넘어진 K팝 가수(여자친구)로부터 당신이 전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극찬했습니다(사진).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무대를 마무리하겠다는 프로의식을 높게 산 것이죠. 여자친구는 세계적 유명세를 떨치게 됐습니다. 음원차트에서도 정작 활동할 때는 꿈도 꾸지 못하던 10위권까지 올랐으니 이 사고는 여자친구에게 전화위복이 된 것 같습니다.

이들처럼 한창 활동을 할 때는 빛을 못 보다가 나중에야 어떤 사건을 계기로 다시 인기를 얻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차트 진입도 하지 못했던 가수가 별안간 상위권으로 올라서기도 합니다. 이를 ‘역주행 신화’라고 부릅니다.

걸그룹 EXID가 ‘하니 직캠’ 덕에 데뷔 3년 만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한 게 대표적입니다. ‘나만 알고 싶은 밴드’ 혁오는 지난해 발표한 ‘위잉위잉’이 MBC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가요제 이후 오랫동안 음원차트 1위를 지켰죠.

이쯤 되면 가수들에게는 수십번의 음악방송 출연보다 한 번의 ‘사건사고’가 더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과도한 노출 등 선정적 콘셉트로 ‘사고’를 만드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죠.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신인은 물론 기성가수들까지 음악 외의 다른 부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대박으로 이어진 사고들은 우연이라는 겁니다. 뻔히 의도가 보이는 ‘만들어진’ 사고에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질타가 따릅니다. 반면 피나는 노력을 통해 실력을 쌓은 이들이 사고로 주목받으면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며 응원하죠. 대중의 눈은 날카롭습니다. 우선 뜨고 보겠다며 조바심을 내기 보다는 제 위치에서 기본을 지켜 노력하는 것이 먼저일 듯합니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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