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역시 인적 단체로서 그 단체를 다스리는 가장 권위 있는 규범인 정관의 제정 및 운용이 필요하다. 정관은 일종의 법이다. 보통 세상사람들은 법을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낼 수 있는 기준이라고 인식한다. 이러한 인본적 법률관은 인간들이 자신의 필요나 유익에 따라 법을 이용해도 된다는 관점으로 이어져 결국 법치가 아니라 인치(人治)로 귀결된다.

교회 내에서 정관 관련 분쟁들도 인본적이고 당파적인 관점에서 기인한다. 성도들은 법은 인간의 유불리에 관계없이 하나님이 정하신 정의로운 기준이므로 인간은 겸손히 이를 발견하여 성문화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는 사람들의 이익보다 하나님의 공의로운 법을 우선하는 법치로 귀결되고, 예수님의 주 되심을 인정하는 교회관에도 부합한다.

모든 성도는 구성원들의 유익이나 영광을 위해 정관을 제정하려는 관점들을 십자가 위에서 완전히 못 박아야 한다. 오직 성경을 기초로 성령 안에서 무엇이 교회 운영에 적용되어야 할 공의로운 기준인가를 겸손히 탐구하며 함께 발견해 나가는 데 집중하는 자세를 시종일관 견지해야 한다.

예수님을 대신해 다스림의 권한을 행사하는 교회의 모든 의사결정 조직 구성원들은 누구라도 자신의 욕심에 사로잡혀 성령의 다스림에서 벗어나 교만에 빠질 수 있음을 겸손히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누구라도 어긋날 때 다른 성도들에 의해 억제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정관에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의 직임은 종신제보다 임기제 내지 재신임제가 더 안전하다. 또한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역자들, 장로들, 직분자들에 대한 정당한 해임 사유와 그 절차 역시 명확하게 해둬야 마땅하다. 또한 사안들이 중요할수록 특정 개인이 단독으로 결정하게 하기보다 더 많은 구성원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기구에서 투명한 논의를 거쳐 공정하게 최종 승인을 받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

정관 관련 분쟁들은 권한 남용에서 비롯된다. 한국 교회의 경우 흔히 담임목사가 공동의회, 제직회, 당회 등의 의장까지 겸하고, 인사 및 재정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며 각종 예배의 설교권까지 보유토록 함에 따라 가장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갖게 된다. 따라서 담임목사나 그 지지 세력이 권한을 남용할 때 이를 공의롭게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명확히 구체화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따라서 담임목사 임기제 내지 재신임제, 담임목사 해임 방안, 담임목사의 재정 및 인사에 대한 부당한 관여 억제 방안들을 정관에 구체화하려 할 때 이것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가 올바른 정관 제정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고비가 된다.

올바른 정관 제정은 올바른 제정 절차를 따라야 한다. 상당한 시간을 두고 좋은 정관에 대한 깊은 연구, 조사, 기도와 토론 활동을 통해 정관안을 마련하고 심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관 제정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유익을 앞세우려는 습성에 빠지기 쉽다. 불순한 계산에서 비롯되는 의견들에 대하여는 성령의 인도함을 따라 지혜롭게 분별해 온유하되 단호하게 대적하며 성령의 다스림이 이뤄질 때까지 때로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불순한 이익 관철 시도를 억제시키고 온전히 거룩한 주님의 교회가 되도록 공의로운 교회 운영 원리를 하나하나 발견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만히 합의되지 않는 안건들은 압도적 다수의 결의로 통과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의논하고 기도하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것이 옳다. 이 과정에서 성도들은 사람이 아니라 성령의 공의로운 인도하심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의 정관 제정과 운영 과정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갈림길은 이를 담당하는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역자들이나 성도들이 얼마나 성령의 순전한 인도함을 받아서 자신들의 불순한 계산적인 이익 추구 욕구를 내려놓느냐에 있다. 정관을 담당하는 모든 직분자들은 자칫하면 정관 제정과 운용을 자신의 불순한 유익이나 영광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전락시켜 하나님 앞에서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를 범할 수 있으므로 시종일관 두려운 마음으로 성령의 다스림을 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성도들이 바른 정관의 제정, 해석, 운용 과정에서 성경의 바른 기초 위에 성령의 인도함 속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구현되는 것을 풍성히 경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조영길 변호사 (I&S 법무법인 대표)

<이 칼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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