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전정희] 크리스천 저널리즘 기사의 사진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얘기지요. 그런 네티즌의 지적이 있을 때 한국 교계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그리스에서 18년째 집시 선교를 하고 있는 김수길 선교사가 한국 네티즌들의 반기독교적 댓글에 보인 반응이다. 지난 10일 그리스 제2도시 테살로키 집시촌 선교 현장을 떠나는 차 안에서였다.

서구에서 교회는 ‘박제화된 종교’가 되어 누구도 복음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인구 1100만여명의 그리스인 중 개신교인은 1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교회가 남은 자들의 커뮤니티로 전락했다는 것이 유럽의 복음 상황이다. 이런 현장에서 그들의 영성을 일깨우려는 선교사에게 댓글로 ‘관심’ 보이는 한국적 상황은 예수께서 일러준 갈릴리 호수의 고기잡이와 같이 부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 요새 크리스천 인터뷰 기사 쓰기가 쉽지 않다. 기독 미디어에 속한 저널리스트라면 누구나 겪는 현장의 어려움이다. 특히 유명인사(celebrity)들은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네티즌의 댓글 공격을 받기 싫어서다. 기독 연예인의 경우 이를 우려해 아예 응하질 않는다. 1990년대를 전후해 한국 교회의 양적 성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1992년 장로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의 급격한 변화다.

지난달 말. 소위 ‘호통 판사’로 잘 알려진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 인터뷰 기사를 본지 미션면에 게재했다. 그리고 그 기사는 국민일보 사이트 및 포털에도 공급됐다. 모바일 메인기사에도 올라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댓글 수가 350여개, 추천 수가 700여개에 달했다.

천 판사는 법조계 ‘유명인사’다. 비행청소년 범죄 재판을 하면서 법정에서 아버지 마음으로 해당 소년들에게 호통을 치기 때문이다. 그 사랑의 마음은 법적 판결 이후, 대안 가정인 ‘그룹홈’ 등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의 얘기는 SBS TV ‘학교의 눈물’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알려졌다.

한데 천 판사는 피택장로다. 30여명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는 부산 산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속된 말로 ‘개천에서 용 났다’는 얘길 듣곤 했다. 산동네 교회는 그가 받은 은혜의 공간이었다.

이런 그를 조심스럽게 섭외했다. 기독 연예인 다음으로 섭외가 어려운 신분이 기독 공직자이다. 그도 조심스럽게 응했다. 부산가정법원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정의가 강물처럼 공의가 하수처럼’이라는 액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영성이 넘쳤다. 그러나 그 영성이 텍스트가 되는 순간 그는 공격받을 것이다. 다행히 그는 나를 신뢰했고, 나는 그를 절제했다. 그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비행소년들이요? 사랑과 신앙이 아니면 변화가 안 됩니다.”

말씀 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선을 행하고 죄를 범치 아니하는 의인은 세상에 아주 없느니라.’(전 7:20)

세상적 말로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로 축약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천의 언어는 ‘죄인인 우리는 그 자체가 완전하지 않다’이다. 이 신앙적 문장을 세상 사람이 잘 이해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복음이 들어가지 않은 세상 사람에게 우리의 언어를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가 말씀 안에서 선을 행하고 살면 그들이 ‘완벽하지 않은 크리스천’을 이해한다.

천 판사 댓글 가운데 ‘호감 베스트’는 ‘이렇게 훌륭한 신앙인들도 있습니다’였다. ‘가난과 공의란 무엇일까. 신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말씀대로 살아내는 훌륭한 크리스천이군요’ ‘멋진 종교인은 그냥 살아가는 그 자체가 전도다’ 등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댓글에서도 알 수 있듯 신앙인 여부를 떠나 이미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판사였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셀러브리티, 즉 ‘큰 이름’이 아니라 신앙의 자세로 살아온 ‘큰 인물’이었던 것이다.

사실에 더해 향기를 언어화하는 일. 크리스천 저널리즘의 책무다.

전정희 종교기획부 선임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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