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사고친 연예인, 자신을 웃음 코드로 구렁이 담 넘듯 ‘셀프 물타기’ 눈살 기사의 사진
[친절한 쿡기자] 2013년 불법 도박 혐의로 기소돼 방송 출연을 중단했던 이수근이 tvN 디지털 예능 ‘신서유기’에 등장했습니다. 자숙한 지 2년째인 올해 ‘SNL 코리아’와 ‘죽방전설’에 조심스레 얼굴을 비쳤지만 반응은 싸늘했죠. 이수근은 ‘신서유기’ 기자간담회에서도 “예전보다 더 유쾌해진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

주말 예능 최강자였던 ‘1박2일’ 원년 멤버들이 뭉친 덕일까요? 현재 10화까지 공개된 ‘신서유기’는 2000만건(예고편·제작발표회·본편 합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이 이수근을 조명하는 방식에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네요. 그가 일으킨 도박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것이죠.

방송에서는 담배를 끊은 강호동, 게임을 끊은 은지원과 이수근을 비교하며 “끊었습니다…”라는 자막을 띄웠습니다. 이수근은 도박을 끊었다는 뜻이죠. 또 그를 ‘상암동 베팅남’이라고 부르고 미션을 수행하는 화면 위로 ‘도박필패’ ‘패가망신’이라는 자막을 넣어 웃음을 유발하려 했죠(사진). 이에 대해 “거침없는 디스가 재미있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이 이런 연출에 불편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범죄의 심각성이 웃음으로 희석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연예인들이 범죄나 망언 등으로 구설에 오른 뒤 시간이 지나면 웃음을 유발하는 소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과거 외제차를 훔친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던 개그맨 곽한구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를테면 외제차를 몰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곽한구에게 대리 주차를 부탁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장면에서 ‘곽한구에게 차를 맡기면 돌려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 붙는 식입니다. 과거 팟캐스트 방송에서 했던 여성 혐오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장동민 역시 사과 기자회견 직후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이를 희화화했죠. 상습 도박으로 징역형을 받은 신정환은 ‘칩사마’로 회자됩니다.

“사과도 하고 자숙도 했는데 좀 웃으면서 넘어가자”는 걸까요?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가 “웃음으로 죗값을 치르겠다”며 ‘셀프 면죄부’를 준들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자칫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죠. 또 범죄 등의 잘못을 가볍게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질까 걱정됩니다.

한 번의 잘못 때문에 재기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면 좀 더 신중히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웃음과 재미가 언제나 만병통치약이 되지는 못하니까요.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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