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당신, 혼자 사는군요^^… 서울 1인가구 24%, 그들의 이야기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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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5년째인 정모(34·여)씨는 늘 아침을 거른다. 출근 준비로 바빠 끼니 챙길 엄두를 못 낸다. '뚜벅이족'이라 지하철 1호선 회기역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원룸 월세는 제일 큰 경제적 부담이다. 혼자 소파에 앉아 홈쇼핑 채널을 보는 게 취미라면 취미다. '혼밥'(혼자 먹는 밥)은 당연하고 '혼술'(혼자 마시는 술)도 익숙해졌다. 다 채우지 못하고 버리는 5ℓ짜리 쓰레기봉투는 아깝기만 하다. 그는 이렇게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은 24.4%(2010년 기준). 1985년(6.7%)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2030년에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더 이상 특별한 거주형태가 아닌 독신자들을 위해 서울시의회가 12일 ‘1인 가구 정책 박람회’를 열고 ‘서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은 “서울의 1인 가구를 유럽 미국 등과 비교할 때 가장 큰 특징은 ‘가족을 그리워하는 비(非)자발적 1인 가구’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1인 가구는…=1인 가구 증가가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는 대부분 도심에 산다. 직장과 가깝고, 혼자 살 수 있는 공간을 구하기 쉬워서다. 서울의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이 많은 지하철 2호선 주변은 ‘싱글 벨트’로 불린다.

하지만 서울의 1인 가구는 외국과 달리 혼자 살면서도 가족과의 친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과의 유대관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가족과 가깝다’(46.0%)거나 ‘매우 가깝다’(20.3%)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혼자 살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비(非)자발적 독신자’인 셈이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의 1인 가구를 5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30대 초반 ‘화이트 싱글’, 경제적으로 안정된 30·40대 ‘골드 싱글’, 직업이 불안정한 ‘노마딕 싱글’, 4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불안한 독신자’, 독거노인인 ‘실버 싱글’ 등이다.

서울의 1인 가구는 연령별로 25∼34세에 집중돼 있다. 30대 이하가 26.2%로 가장 많고, 30∼39세(24.8%), 40∼49세(14.8%) 순이었다. 1인 가구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지역은 강남구 논현1·역삼1동, 관악구 낙성대·대학·서림·신림·청룡동, 동대문구 회기동, 광진구 화양동, 마포구 대흥·서교동, 서대문구 신촌동, 종로구 명륜3가동, 중구 명동 등 20곳이다.

◇왜 혼자 사나=서울연구원이 지난 1월 20∼60세 1인 가구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1.5%가 ‘직장과의 거리’ 때문에 혼자 산다고 했다. 37.1%는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이들은 여가에 주로 TV·비디오를 보거나(57.8%) 컴퓨터 게임이나 웹 서핑(25.8%)을 한다. 남성은 동창회(42.1%), 여성은 친목회(40.7%)에 참석해 쓸쓸함을 달랜다.

혼자 살다 보니 힘든 점도 많다. 주거비 등 경제적 부담과 외로움, 미래 불안감이 크다. 응급상황 대처하기(51.2%), 집 구하기(32.8%), 밥 먹기(30.5%) 등에서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71.9%는 아침을 거르고, 62.2%가 아침·저녁 모두 대충 때운다.

이런 어려움에도 절반 가까운 48.2%가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불만족은 6.2%에 불과했다. 만족도는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다. 20대는 70.3%, 30대는 66.5%, 40대는 63.3%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들의 바람은=정책 박람회에는 혼자 사는 이들이 참석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마포노인종합복지관 시니어봉사단원인 이해관(77)씨는 날로 느는 독거노인을 걱정했다. 그는 형편이 나쁘지 않은 노인이 독거노인을 돕는 ‘어르신 돌보미’ 제도를 제안했다. 100만명이 넘는 서울 노인이 스스로 노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마포라디오공동체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곽기순(80·여)씨는 노인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공동생활시설을 꿈꿨다.

한국1인가구연합 회원인 권해인(23·여)씨는 ‘집’에 대한 어려움을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어디에 살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LH공사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2년간 계약하기는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권씨는 “20대는 주거지 이동이 잦다. 2년 단위인 대학생 대상 주거정책을 1년 단위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변미리 센터장은 “서울은 구직, 실업, 가족해체,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많아 공공정책의 필요성이 더 높다. 빈곤과 고립을 해결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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