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창준] 국정감사를 없애자 기사의 사진
금년 국정감사는 9월 10일부터 23일까지, 그리고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실시하게 된다. 매년 이 기간 대부분 정부기관과 공무원들은 비상이 걸려 밤늦도록 여의도에 몰려와 대기한다. 국감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정부가 ‘셧다운’ 상태다. 그런데 매년 국감은 장관들과 기업인들을 불러다가 호통을 치고 의원들끼리 서로 막말을 하며, 소위 몸을 푸는 장소로 변한 듯하다. 야당 의원들은 걸핏하면 장관더러 물러나라고 호통을 친다. 듣기 민망할 정도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며칠 전 롯데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 과정에서도 여야 사이 고성이 오가고 험악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회의가 파행됐다.

정부 부처들은 20일간의 국정감사 동안만 잘 넘기면 된다. 증인으로 나온 대기업 총수들도 마찬가지다. 호통을 치는 의원들 앞에서 머리 숙인 척하다가 나오면서 의원들을 비웃는다고 들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대사관에도 의원들이 매년 국정감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다. 국정감사 동안 대사관은 발칵 뒤집히고 이들을 접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았다. 국정감사를 치르기 위해 많은 나라들을 방문하자면 그 비용도 엄청날 것이다.

미국에는 아예 국감 제도가 없다. 우리도 매년 20일 동안 바쁜 장관들과 대기업 총수들 불러다놓고 호통 치는 비효율적인 국감 제도를 없애자. 미국 의회에는 1년 내내 국감을 대행해주는 의회 직속기관인 GAO(회계감사원)가 있다. 직원이 3400명에 이르며 예산은 5억6000만 달러 정도다. 미 대통령에게 연방수사국 FBI가 있다면 의회에는 GAO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GAO 직원들은 전문성이 대단히 높아 이들을 ‘The Congressional Watch Dog(의회를 지키는 감시자)’ 또는 ‘The Taxpayers Best Friend(납세자의 최고 친구들)’라고 부른다. 이들은 24시간 정부를 감시하며 국민들의 혈세가 허술하게 쓰였는지, 부패가 없는지 파헤친다.

GAO 최고책임자인 사무총장의 임기는 15년이다. 임기가 15년은 되어야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회에서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그중 한 명을 임명한다. 이 3명도 여야 4명씩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추천하며 사무총장은 대통령도 파면시킬 수 없고 의회에서만 파면시킬 수 있다.

1921년 이래 7명의 사무총장 중 단 한 명도 비리로 파면당한 적이 없다. 이들은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것을 발견하면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를 통해 국민에게 알린다. GAO는 어느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니라 중립을 지키는 조사기관으로 오직 의회만을 위해 존재한다. 미 의회는 정부 부처보다 GAO의 보고를 더 신뢰한다.

한국도 국감자료 수집을 의원 보좌관들이 아닌 GAO처럼 전문조사기관에 맡기는 게 오히려 비용도 덜 들고 효율적일 것이다. 만일 공기업들이 엄청난 적자 속에서 보너스 잔치를 했다고 알려지면 GAO는 결코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당장 해당 공기업을 폐쇄시키고 개인기업에 입찰을 주어 민영화시킬 것을 의회에 권고했을 것이다.

한국 국회도 산재해 있는 연구소들을 줄이고 각 대학 연구비도 정비해 의회만을 위해 노력하는 이런 상설기관을 두는 게 어떨까 한다. 이렇게 하면 매년 형식적인 호통만 치는 국감으로 의원들끼리 고성을 지를 일도 없고, 정부에서 계약을 받은 민간기업들이 정부의 돈을 함부로 쓰는지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감사가 20일 동안의 ‘정치쇼’가 아니라 진정 국민의 혈세 낭비를 위한 것이라면 전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수사관들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김창준 前 미국 연방하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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