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23) 전북 익산시 성당면 성당포구마을 기사의 사진
전북 익산시 성당포구마을 강변에서 두 가족 부자(父子)가 12일 오후 자전거를 타고 가을을 즐기고 있다. 길가 양편에는 한 달 전 2㎞에 걸쳐 설치한 바람개비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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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지난 12일 전북 익산시 성당면 성당포구마을이 왁자지껄했다. 마을 내 금강체험관 방 7개 가운데 5개를 오상례 할머니의 4대에 걸친 직계 가족 40여명이 빌려 집안 잔치를 벌였다. 이들은 13년 전부터 이 모임을 해오다 지난해부터 이 곳을 빌려 행사를 갖고 있다고 했다. 건물 밖 바비큐장에서는 다른 가족들의 삼겹살 파티가 한창이었다. 체험관 옆 금강(錦江)변에선 자전거 순례객들이 한바탕 폭우가 그치고 맑게 갠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익산 성당포구마을. 이곳은 전국 최고의 생태마을이자 농촌 휴양마을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아늑한 둘레길과 아침 물안개, 근사한 낙조, 포근한 숲, 넉넉한 인심 등을 맛보기 위해 사시사철 손님이 이어지고 있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충남 부여를 마주 보고 있는 우리 마을은 큰 나루터가 있던 곳이었어요. 고려에서 조선 후기까지 세곡을 모아 한양까지 실어 나르던 성당창(聖堂倉)이 있었죠.”

안상일(62) 마을 운영위원장은 금강의 아름다운 풍경과 오랜 역사를 간직한 전통 있는 마을이라고 설명했다. 이 마을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남부럽지 않게 큰 포구였다. 돈이 돌고 사람이 북적댔다.

하지만 금강하굿둑 건설과 산업화에 밀려 뱃길이 끊어지자 급격히 쇠퇴해갔다. 마을을 떠나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 1980년대 500명에 이르던 인구가 30년 새 100명 남짓으로 줄었다. 이에 주민들은 힘을 합쳐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2006년 익산시의 지원을 받아 마을이 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됐다. 익산시 마을만들기사업의 시작이었다. 숙박시설과 사계절 즐길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009년엔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디자인 사업에서 ‘아름다운 금강변 성당포구마을 가꾸기’로 우수사업에 선정된 뒤 재개발을 통해 마을 곳곳을 새롭게 단장했다.

체육공원과 황룡산 산책로, 금강자전거 순례길, 문화예술 공연장, 야외캠핑장(12면)을 조성해 자전거 여행과 산책, 여가활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마을 역사와 생태공원을 관찰할 수 있는 보트 체험과 대나무밭 트레킹, 좌도농악 배우기, 국궁체험도 만들었다. 봄날 모내기를 비롯해 나물 뜯기, 옥수수 따기, 감자 캐기, 벼 베기, 온실작물 체험 등도 선보였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물은 모두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마련했다.

이후 마을을 찾는 가족단위 여행객과 자전거길 순례객, 단체 체험객이 날로 늘었다. 7∼8월엔 하루 2000명 이상 찾아오는 등 지난해만 2만여 명이 이 마을을 다녀갔다. 인근에 국보 11호인 미륵사지 석탑을 보며 찬란했던 백제 역사를 떠올려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덤이었다.

주민들은 2012년 영농법인을 세웠다. 전체 55가구 가운데 40가구가 참여했다. 2013년 7월 생태체험관이 문을 열어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2억5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익의 20%는 현금 배당하고 4000만원은 정기예금에 넣었다.

때때로 청양 알프스마을 등에 선진지 견학을 갔다 오고, 명절 때는 각 가정에 10만원씩 떡값도 줬다. 주민들의 일자리도 계속 늘었다. 10여명이 청소와 식당 등을 도와 짭짭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성과로 이 마을은 지난해 11월 전국 286개의 농촌체험휴양마을사업 평가에서 1등급에 선정됐다.

이미영(45) 운영위원회 사무장은 “지난 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문으로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금세 회복했다”며 “7∼8월 4000여명이 방문해 정신없이 바빴다”고 말했다.

체험관 사무소에서 설명을 듣는 사이 일찍 온 숙박객들이 쉴 새 없이 자전거를 빌리러 왔다. 인터뷰를 잠시 멈추고 마을을 돌아봤다. 생태공원 내 코스모스도 활짝 피어 있었다. 황포돛배도 눈에 띄었다. 생태공원 내 운동장에서는 좌도농악단이 내방객들을 위해 풍물을 선보이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온 몇몇 일행은 기념스탬프를 찍었다. 이곳은 금강 종주 자전거길의 중간 기착지라고 했다.

자전거 도로 2㎞ 양편에 한 달 전 설치했다는 수천 개의 바람개비들이 울긋불긋했다. 가을바람에 힘차게 도는 바람개비들이 ‘세곡선이 넘실대던 옛 포구의 영화를 재현시키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를 응원하는 듯 했다. 익산=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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