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김대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3부 고위직들 ‘임금 양보’ 동참땐 개혁에 큰 힘 실릴 것” 기사의 사진
김대환 위원장은 “고도성장 시대의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저성장·저출산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 개혁은 사실은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보호제도의 경우 정책 하나하나를 별개가 아닌 정책패키지(조합)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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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일단락됐다. 좌우파, 친노동-친경영 양 진영으로부터 모두 합의내용이 추상적이라거나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제부터 개혁이 어렵사리 시작됐다는 인식도 공통된 것이다. 특히 대부분 중장기 과제로 미뤄진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및 취약근로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 의제들이 본격적으로 교섭 테이블에 올랐다. 이제 교섭 테이블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뿐만 아니라 국회와 장외에도 차려졌다. 이번 대타협의 산파 역할을 한 김대환 노사정위 위원장과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리고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다음 날인 14일에는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노무현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 위원장은 결과를 낙관한 듯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잠정합의의 의미와 기대효과는.

“합의의 의미를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광범위한, 포괄적 이슈에 대해 노사정 3자의 합의가 이뤄졌다. 둘째로 합의 과정이 철저히 공개적이었고, 각 조직 내부의 논의를 거쳐 의견이 수렴됐다. 노사정 대화가 과거에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던 적이 없다. 셋째,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노동시장 2중 구조를 개선하고 청년고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합의 타결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비가 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했나.

“이슈 하나하나도 예민한 게 더러 있었지만 우선 노사정 간 신뢰 기반이 구축돼 있지 않아 의견이 모아져도 합의대로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래서 ‘저성과 근로자에 대한 일반해고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는 합의문에 어색하지만 추가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런 이중적 다짐들이 한국노총 지도부의 결단을 이끌어내 공익위원의 중재 없이도 막판 합의를 가능케 한 요인이었다.”



-막판에 합의된 일반해고 기준 설정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두 개 의제 외에 이번 잠정합의문이 지난 4월 합의 초안에서 진전된 내용은 어떤 게 있나.

“청년고용 증대를 위한 보완책이 새로 반영됐다. 이번 합의문에는 ‘특히,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청년고용에 활용하도록 한다’고 명시해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 확대를 확실히 연계시켰다.”



-잠정합의 가운데 큰 성과(들)로 꼽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근로소득 상위 10% 임직원들의 자율적 임금인상 자제를 들 수 있다. 합의문에는 ‘기업은 (고소득 임직원의 임금인상 자제에) 상응하는 기여를 통해 청년고용을 확대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다. 임금인상을 자제해 절감된 돈을 상생협력기금에 돌리는 게 일종의 ‘마중물’로서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노동개혁이 더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자, 높은 계층에 있는 자의 양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하다. 또한 노사 양측의 양보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입법·행정·사법부 고위 공직자들은 왜 가만히 있는가. 최근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 자진반납처럼 3부 고위직들이 나서주면 어려운 시기에 임금체계 개편에 큰 힘이 실릴 것이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처우개선 및 규제 합리화 등 비정규직 관련 의제들에서 유독 미합의 사항이 많다. 12월 국회 회기 내 추진이 가능한가. 올해를 놓치면 추가적 노사정 대화의 추진동력을 잃는 것이 아닌가.

“노동시장 개혁이 일회성으로 끝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번 합의는 청년실업, 정년연장, 통상임금 범위 등 시급한 대응이 요구되는 노동시장 현안을 포함한 주요 이슈들을 포함해서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번 합의 후에도 노사정특위를 가동하면서 남은 의제별로 소위원회를 설치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비정규직 관련 쟁점의 대안 마련은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정기국회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지만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국회 일정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4개월이라는 충분한 논의기간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 ”



-구체적으로 기간제 사용기간 확대, 파견근로 허용 업종 및 대상 근로자 확대, 노조에 대한 차별시정신청대리권 부여 등이 모두 노사정 공동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정기국회 법안 의결에 반영한다고 돼 있다. 이들 가운데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계약기간 연장을 자꾸 말하는데 그것은 미봉책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를 적극 추진 중이지만 계약기간을 2년 연장한다고 해서 비정규직 처우가 과연 개선될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봐야 한다. 아울러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생명·안전 분야 핵심 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 제한, 경영계가 요구하는 근로소득 상위 10% 근로자에 대한 파견규제 미적용 등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실태조사를 거쳐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념적 접근은 금물이다.”



-근로시간 특례 업종 축소와 장시간 근로 개선 방안,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 제외제도 개선 방안 등 노동시간 단축 관련 의제 일부도 내년 5월 말까지로 합의 시한이 미뤄졌다. 노동시간 단축만 목표대로 이뤄져도 고용증가 등 여러 효과가 기대되는데.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기업문화 변화가 필요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주간 2교대제 도입 이후 근로시간이 상당히 줄었지만 신규 채용이 늘었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신화와 현실 사이에는 갭이 있다. 기업들은 근로시간이 줄면 노동 강도를 높여 대응할 것이고, 근로자들도 이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 후에도 고용 수요는 기업 실적에 더 절대적으로 의존할 것이다. 또한 근로자의 임금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향상, 사용자의 양보,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패키지로 어우러져 임금이 어느 정도 보전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취약근로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 의제들이 대부분 중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그래서인지 구체적 성과가 별로 없다든가, ‘추상적 수준’ 또는 ‘낮은’ 수준의 합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기준으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포괄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영역들의 과제를 합리적 기준을 통해 선정했고 많은 부분에서 합의를 이뤘다. 또한 합의보다는 이행과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 합의는 다음 단계 개혁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금체계 개편의 일부인 임금피크제가 너무 부각되는 건 아닌가.

“임금체계 개편, 특히 연공급 체계를 직무급으로 바꾸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업종별·직종별 직무 분석과 직무급·임금테이블에 대한 기초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많은 돈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노동부)장관 시절에 당시 한국노동연구원 산하 임금·직무혁신센터에 알아보니 최소한 10년은 걸리는 과제라는 답이 나왔다. 그 결과에 대해 노동계도, 경영계도 당장은 어렵겠다고 난색을 표해 차후 과제로 미뤄졌다. 그렇지만 정년연장은 당장 닥치기 때문에 과도기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필요가 크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다 보면 현행 임금체계의 모순이 드러나고, 그러다 보면 개편 필요성이 절박해질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체계 개편으로 가는 디딤돌이다.”



-일전에 일반해고 요건 가이드라인 등 수량적 유연화보다는 기능적 유연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의 유연성과 공정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임금체계 개편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노동시장의 유연화라고 할 때 수량적, 임금, 근로시간, 그리고 기능적 유연화를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수량적 유연화는 될 수 있는 대로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으로는 수량적 유연화도 추진하기는 하되 사회안전망 강화 속도와 보조를 맞추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근로자에게 해고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다. 임금의 유연화는 임금체계 개편이나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과제들에서 추진되고 있다. 기능적 유연화는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는데 직업훈련의 내실화, 적성과 능력에 맞는 전환·배치의 활성화 등을 통해 수량적 유연화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완화하는 게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이다. 정부도, 국민도 이런 본질에 대해서는 관심이 시들어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대기업의 정규직이면서 노조원인 경우가 전체 근로자의 7.4%인데 이들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높이고,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정부 보호를 강화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하는데 지금 정부 내에서는 강성 노조로 대표되는 소수 기득권 근로자의 임금 및 고용 유연성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합의 내용에 대한 민주노총 등의 반발과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가 예상된다. 남은 쟁점 가운데 난제들은 뭔가.

“지금까지 언급한 미합의 의제들은 합의된 절차에 따라 추진할 것이다. 그밖에도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내용 가운데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 (노동조합) 비조직 부문의 대표성 강화, 그리고 지역별, 업종별 교섭을 활성화하는 것이 어려운 숙제다. 특히 비조직 부문의 대표성 제고는 노사 교섭 단위를 다양화하고, 사용자의 교섭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노사정 대화 구조의 안팎에 있는 당사자들에 대한 주문은.

“이번 합의가 높은 수준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여야, 노사를 떠나 경제·사회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경제와 사회를 선진화하는 미래지향적 과제인 만큼 조직과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놓고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노사정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대의를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김대환 위원장

△1949년 경북 김천 △대구 계성고 △서울대 경제학과(학·석사) △옥스퍼드대 대학원(경제학박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경상대 학장 △노동부 장관(2004∼2006. 2)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2013. 6∼현재)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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