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미들파워’ 걸맞은 외교 자신감 갖춰야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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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한국 외교는 어디까지 왔을까. 한 세기 전인 1907년 이준 열사는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분사(憤死)했다. 3년 뒤인 1910년 우리나라는 한·일 강제병합으로 국권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1945년 광복을 맞은 후에도 우리의 외교력은 보잘것없었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의 전후 처리를 위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도 우리나라는 냉전의 틈바구니 속에 ‘전승국’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인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옛날 우리의 외교력은 말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면서 “국력이 뒷받침돼야 외교력이 생기고 이를 국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데 그 시절에는 그럴 힘이 없었다. 아무런 소용도 없는 허공에 뜬 외교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복 후 70년 만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의 국력과 변화된 국제질서에 걸맞은 자신감 있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한결같이 조언한다. 김 교수는 “한국 외교는 과거 냉전시절처럼 어느 한편을 들어야 하는 단순한 외교가 돼선 안 된다”면서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오늘날 국제관계 속에서 다변화된 외교가 필요하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하되 전방위적인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라는, 과거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조(自嘲) 섞인 태도는 도리어 국익에 해가 된다는 지적도 많다. 김 교수는 “한국인들 스스로 한국을 힘없는 약한 나라로 생각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나라는 중견국가로서 ‘미들파워’에 해당한다. 양자·다자 차원에서 중견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외교에는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국익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남북통일을 이루는 과제가 놓여 있다. 국가안보와 통일을 위해 주변국과 적극적인 양자 외교를 전개하는 한편, 중견국가로서 다자 외교 무대에 뛰어들어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 핵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막고 차근차근 문제를 풀 가닥을 잡는 계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안보 외교가 집중돼야 할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 등 주변국의 힘을 빌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집권 이후 드러난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체제 붕괴에 대비해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쳐 사전에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추구하면서도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통일이 되면 주변국들에 많은 이익이 되리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통일 이후에 핵을 갖지 않고 중견국가로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모범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공적개발원조(ODA)와 평화유지활동(PKO) 등에 참여하는 한편 환경, 난민, 인신매매 문제 등 국제사회의 현안들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감동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다만 좀처럼 태도를 바꾸지 않는 북한은 여전히 우리 외교의 난제로 남아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박근혜정부의 ‘통일 외교’에 대해 “한국이 앞장서는 외교정책이며 새로운 점이 분명 있는 좋은 시도라고 본다”면서도 “어려움이라면 선택권이 북한 쪽에 넘어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과 안보법제 개정 등 급변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의 안보 정책에 대해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을 추진하는 일본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면서 “일본과 군사 협력을 해야 할지, 그렇다면 역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등에 대해 한국이 어떤 선택을 내놓느냐 하는 것도 만만찮은 숙제”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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