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농사가 인류를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고인류학자와 과학전문기자가 쓴 흥미진진 인류이야기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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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은 세계의 발굴 현장을 직접 누비며 인류의 화석을 연구하는 한국인 여교수 이상희(사진·미국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씨와 과학전문기자 윤신영(‘과학동아’ 편집장)씨가 함께 쓴 책이다. 최신 고인류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원시 인류는 식인 풍습을 가지고 있었을까, 큰 두뇌와 직립보행으로 인류가 얻게 된 장단점은 무엇일까,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에게 유독 노년기가 연장된 까닭은 무엇일까 같은 22가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인 학자가 친절한 문체로 전해주는 최신 인류학 얘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들이 얼마나 낡은 것이었나에 놀라게 된다. 농사가 인류를 부유하게 만들었다는 상식이 그렇다. 저자는 종족 연구, 화석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수렵과 채집만 하던 시절에도 생활은 꽤 윤택했다는 것, 심각한 영양 부족 상태는 오히려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났고, 인류의 몸집도 농경 이후 오히려 왜소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농경 생활이 인류를 성공으로 이끈 이유는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출산율 증가에 있다고 알려준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추적하는 고인류학은 20세기에 특히 열기가 대단했던 것으로 여겨지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유전학과 생명공학기술을 받아들여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DNA 분석기법은 극히 일부만 남아 있는 화석에서도 DNA를 추출해 논쟁적인 얘기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축적된 유전자 분석 정보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가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더욱 그 속도가 빨라졌고, 그 변화를 일으킨 주체는 다름 아닌 문화라는 점이다. 피부색이 예가 될 수 있겠다. 인류는 원래 피부색이 검었으나 농경이라는 문화적 요인이 흰 피부의 선택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고기와 생선 대신 곡물을 주로 섭취하게 되면서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제 자외선을 통과시켜 비타민 D를 만들 수 있는 흰 피부가 검은 피부보다 유리해졌고 이 사람들의 피부는 하애졌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특히 문화적 요인에 의한 진화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라서 생물학에만 지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컷’에 불과했던 남자는 아기를 낳고 양육의 필요가 생기면서 ‘아버지’로 진화했다. 아버지라는 문화적 개념이 남성 몸의 변화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인간의 아버지는 생물학적인 관계를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믿음)을 통해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몸 역시 그에 맞춰 진화했습니다. 남자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갖게 되면 남성 호르몬이 줄어듭니다. 남성 호르몬은 생물학적인 ‘수컷다움’을 관장합니다. 이 말은 ‘수컷 노릇의 사령부’가 아버지 노릇을 위해 퇴진한다는 뜻입니다.”

남성 호르몬의 변화는 수컷에서 아버지가 된다는 의미라니 그리 우울해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노령 인구의 증가와 인간의 진화를 연결짓는 대목도 흥미롭다.

“오늘날 인류는 또 하나의 문화적 현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로 노령 인구의 증가라는 전에 없던 현상입니다. 문화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면, 분명 지금의 노령 사회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진화를 새로운 양상으로 이끌 것입니다.”

인류학 분야에 오랜만에 일류 교양서가 등장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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