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이흥우] 뭐, 호남정치를 부활시킨다고 기사의 사진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제가 실현하고자 했던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아니다”는 말을 남기고 지난 1월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노무현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천정배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이대로는 수권정당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없고 따라서 정권을 찾아올 가능성도 없다”는 탈당의 변으로 지난 4월 새정치연합을 떠났다. 두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다.

그리고 얼마 전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새정치연합을 대신하는 제1야당이 될 것”이라며 ‘신민당’ 창당을 선언했다. 역시 신당 창당을 모색 중인 천 의원과의 연대 의사도 밝혔다. 야권발 신당 창당의 서막이 올랐다는 것은 총선이 가까웠음을 알리는 신호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박주선 의원을 비롯해 신당으로 말을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박 의원은 재신임 문제로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운 안철수 의원에게 “당에 머물 만한 명분이나 이유가 없다”며 탈당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는 아닌 듯하다. 탈당했거나 탈당하려는 이들의 절대 다수가 공교롭게도 호남 정치인이다. “신당은 상수”라는 박지원 의원도 전남 목포가 지역구다. 특히 천 의원의 경우 “무기력에 빠진 호남정치를 부활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새천년민주당 16대 대선후보 경선 당시 현역의원으로는 단기필마로 지역감정 해소를 정치의 신조로 삼았던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 편에 섰던 그가 호남정치 부활을 말하는 게 왠지 부자연스럽다. 호남정치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호남의, 호남에 의한, 호남을 위한 정치를 말하는 거라면 본인의 19대 총선 서울 송파을 출마는 또 어떻게 설명할 텐가.

새정치연합이 4·29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천 의원의 광주 서을 공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그에게 보다 큰 정치를 바라서였다. 절대적으로 야세(野勢)가 강한 호남의 온실을 벗어나 19대 총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야당이 약한 광야에서 외연을 넓히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광주의 승리가 천 의원 개인에겐 영광일지 모르나 소리(小利)를 위해 원칙을 포기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새정치연합 혁신안이 그제 일부 비주류가 퇴장하는 진통 끝에 통과됐다. 비주류가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부분은 하위 현역의원 20%를 물갈이하는 내용의 공천개혁안이다. 여야 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을 비롯한 비호남권에선 지명도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현역의원을 물갈이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호남 의원들이 주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물갈이가 현실화되면 주저 없이 신당을 택해 떠날 것이다.

천정배, 박준영, 정동영, 박주선 등 야권 내 비(非)문재인 세력이 한배에 탔다고 치자. 그림이 그려진다. 호남 맹주 다툼이다. 이들도 그 한계를 알기에 안철수 의원에게 러브 콜을 보내는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야권발 신당은 무엇으로 포장해도 호남당이다. 전국정당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찾을 수 없다. 호남 밖은 관심사가 아니다. 그래서 명분도, 울림도, 감동도 없다.

신당 추진파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그럴 듯하다. 내년 총선 승리와 2017년 정권교체의 밑거름이 되겠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 프레임을 극복했기 때문에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 호남정치, 영남정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총선 승리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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