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맹경환] 시진핑의 첫 국빈 방미에 대해 기사의 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 22일부터 시작된다.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의 첫 국빈 방미에 대해 “과거를 계승 발전시켜 미래를 열어나간다” “최대 개발도상국과 최대 선진국인 중·미 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기점에 서 있다” 등의 언급을 하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쪽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얘기였긴 하지만 시 주석 국빈 방문 취소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이번 시 주석의 방미를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차를 읽을 수 있다.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4%는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2008년 조사에 비해 12% 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중국은 해킹 공격으로 부단히 미국 국가기관이나 기업의 기밀을 빼내고, 최근 열병식에서 보듯 군사력을 과시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중국 위협론’의 증거들로 제시된다.

중국의 태도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서방국 상당수를 참여시키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켰을 때의 득의양양하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번 방미의 목적과 의미를 설명하면서 가장 먼저 ‘신뢰는 키우고 의심을 푼다(增信釋疑)’로 제시했다. 아무래도 방점은 의심을 푸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신경보는 미국의 의심을 풀어야 할 6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은 국제질서에 도전하지 않는다’ ‘중국의 발전은 다른 사람의 치즈를 옮기지 않는다’ ‘중국은 세력범위를 만들지 않는다’ ‘일대일로는 무슨 주도권을 빼앗자는 게 아니다’ ‘AIIB는 부뚜막을 따로 차리는 게 아니다’ ‘남중국해 매립 공사는 누군가를 겨냥한 게 아니다’ 등이다.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미국을 향해 어떻게든 오해를 풀고 싶어 하는 진정성은 느껴진다.

중국과 미국은 사실 어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 왕치쓰 원장은 ‘전략적 염려증’으로 표현했다. 미국은 굴기하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할지 여부를 염려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이 중국 공산당 영도의 국내 질서를 파괴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중국은 종합적인 국력이 커가면서 아시아 주변이나 글로벌 이슈에 대해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모습에 미국으로서는 충분히 도전하고 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아랍의 봄’과 함께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오랜 독재정권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배후에 미국의 그림자를 봤을 것이다. 시 주석이 집권 후 언론이나 인터넷, 비정부기구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것도 이런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상하는 대국(大國)과 기존 패권을 갖고 있던 대국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충돌이 있었다.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 관영 언론들이 자주 언급하는 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중국은 이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평화공존을 얘기하면 미국에서는 ‘친중국’이니 ‘미국의 이익을 팔아넘긴다’는 비판을 받는 게 최근 분위기라고 한다. 최악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인류의 대재앙이다. 모쪼록 시 주석이 미국 방문을 통해 신뢰는 쌓고 오해는 풀었으면 한다. 그것이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 속에 있는 한국의 고민을 덜어주는 길이기도 하고 미국의 등 뒤에 숨어 있다 ‘전쟁하는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일본을 눌러 앉히는 길이기도 하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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