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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생계형 정치인들이 문제다

“정당정치 발전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의원직을 ‘밥줄’ 정도로 여기는 이들의 책임 커”

[김진홍 칼럼] 생계형 정치인들이 문제다 기사의 사진
가뜩이나 생산성 제로라고 지적받는 국회의 이미지를 더 추락시키는 스캔들이 최근 몇 가지 있었다. 자녀를 번듯한 직장에 취직시키려고 외압을 행사했거나 반칙을 동원한 의혹으로 지탄받은 의원들, 분양대행업체로부터 명품 시계와 현금 등을 받았다가 구속된 의원, 의원으로서 활동해야 할 시간에 호텔 방에 있다가 성 추문에 휩싸여 제명 직전 단계까지 다다른 인사 등등. 앞서 선주협회나 철도부품업체,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예술학교 입법로비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계류 중인 의원들도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고위 공직자로서의 직분을 망각한 이들을 ‘생계형 정치인’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치부를 위해, 가족을 위해, 사생활을 위해 의원직을 활용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본인이나 가족의 윤택한 삶을 위해 금배지를 내려놓지 못하는 염치없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근에 도로를 내도록 관련 부처를 압박하는 의원,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부동산을 사들인 뒤 시세차익을 남기고 팔아넘기는 의원,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의 산하 기관이나 단체에 압력을 가하거나 도움을 준 뒤 뒤로는 경제적 대가를 요구하는 의원들 역시 생계형 정치인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

새정치민주연합 내홍의 이면에도 생계형 정치인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이야 어찌되든, 나라야 어찌되든 차기 총선 때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의원들로 인해 ‘데워지는 가마솥 안의 개구리들’처럼 소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주류 그룹이 수(數)와 힘으로 밀어붙이는 걸 보면 차제에 ‘친노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한 듯하다. 비노 비주류 그룹을 겨냥해 ‘감히 문 대표를 흔들어? 어림없는 소리. 당에 남아 공천 받으려면 앞으로 말 잘 듣겠다고 약속하고, 약속하기 싫으면 당에서 나가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형국이다. 어렵사리 거머쥔 당내 권력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노 비주류 그룹을 손보고, 대신 친노세력의 확대를 꾀할 태세다. 비주류가 반발하는 이유가 이 지점에 있다. 공천에서 탈락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인해 문 대표 체제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며 “친노 패권주의로는 총선에서도, 대선에서도 이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 모두 자신들의 주장이 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외치지만, 절대 다수의 속내는 이미 다음 총선에서 금배지를 다는 데 가 있다. 다시 당선돼야만 어엿한 의원으로서의 편안한 삶이 4년간 보장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의원직을 ‘밥줄’ 정도로 여기거나, 정치 아니면 달리 할 게 없는 생계형 정치인들에게 “국가와 국민, 정치발전을 위해 일해 달라”고 요청한들 꿈쩍이나 할지 의문이다.

여당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친박과 비박 의원들이 걸핏하면 신경전을 벌이는 까닭이 다음 총선에서의 당선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기 때문 아닌가.

민주화가 본격 시작된 1987년 이후 우리 사회는 급속히 변모했다. 다원화됐다. 하지만 정당정치만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여기에는 폐쇄적인 정당정치 구조 탓이 크지만 생계형 정치인들의 책임 또한 작지 않다. 나라와 정치의 발전을 위해 분골쇄신할 각오가 없으면 과감히 의원직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 스스로 의원직을 던지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났던 원희룡, 오세훈 등은 지금도 관심의 대상이다. 나라의 미래를 고뇌하고 실천하는 정치인들이 보고 싶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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