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 “이산가족, 소규모 상봉보다 전원 생사확인이 더 시급” 기사의 사진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10월 말로 예정된 제2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혹시라도 무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는 북한 당국이 핵 실험이나 로켓 발사를 자제하고, 남한 당국은 대북 상황관리를 잘 해주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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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이산상봉이 활성화되면 개선되는 것이고, 그것이 중단되면 경색됐음을 의미한다. 남북한은 다음 달 20∼26일 금강산면회소에서 제20차 이산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시사해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산가족들은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도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상철(63) 위원장을 만나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된 각종 현안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서울 구기동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사무실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날짜와 장소가 정해진 20차 이산상봉은 차질 없이 열릴 수 있을까요.

“걱정입니다. 미사일을 발사한다, 핵실험을 한다 해서 심란합니다. 19차 이산상봉이 합의했다가 수개월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었는데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지요. 상봉 대상자로 선정된 고령 실향민의 경우 성사가 안 되면 피눈물이 날 겁니다. 그분들은 가족을 만날 기대에 밤잠을 설치고 있어요. 아무쪼록 북이 냉정을 유지하고, 우리 정부도 상황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이산가족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남한의 상봉 신청자가 6만여명이라는데 ‘일천만이산가족’은 뭡니까.

“국민들은 이산가족 숫자에 대해 일종의 착시를 갖고 있습니다. 6만여명밖에 안 되는데 뭘 그리 야단이냐는 생각이지요. 그런데 부끄러운 것은 정부가 정확한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게 추산일 뿐이지요. 우리는 분단 이후 이념대결 시기 350만명 정도 월남했고, 6·25전쟁 기간 동안 약 150만명이 남하한 것으로 봅니다. 그 합이 500만명이니까 남북을 합치면 1000만명이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월남한 500만명 중 현재 100만명쯤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2세와 3세를 포함해 8촌까지 계산하면 남한에만 실향민이 800만명 정도인 것으로 간주합니다. 정부가 이산가족 정책을 제대로 펴려면 이산가족의 숫자와 고향, 경제수준, 학력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1세대 실향민이 100만명인데 상봉 신청자는 왜 6만여명밖에 안 됩니까.

“가슴 아픈 일이지요. 2000년대 초기 이산상봉이 본격화될 때 남쪽에서 상봉을 신청한 북쪽 가족이 피해를 봤다는 얘기가 파다했습니다. 월남 가족임을 숨기고 잘 살아온 북한 주민들로서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지요. 그러면서 남쪽의 대다수 실향민이 상봉을 포기했다고 보면 됩니다.”



-정부가 이산상봉 정례화를 북에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만 되면 큰 도움이 되겠지요.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지금 정부는 이산가족 정책을 잘못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이산상봉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는 모든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5년간 19차례 이산상봉 행사를 했는데 상봉 기회를 가진 남측 가족은 1956명뿐입니다. 앞으로 15년이 지나면 1세대 실향민이 거의 다 사망할 텐데 지금까지와 같은 빈도라면 2000명 정도 더 만날 수 있겠지요. 상봉을 정례화해봤자 조금 더 늘어날 뿐입니다. 정례화가 아니라 수시상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지요. 그리고 지금과 같은 이산상봉은 사실 ‘이별을 위한 만남’입니다. 상봉 후 다시 만나거나 재결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만나기가 마치 로또식인 데다 만나봤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이산가족 문제 해결 4단계(생사확인, 편지교환, 상봉, 재결합) 중 1단계인 생사확인부터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옵니다. 사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최종 목표는 재결합이거든요.”



-박근혜 대통령이 생사 확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북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늦었지만 고맙고 다행한 일이지요. 정책의 방향을 잘 잡았다고 봅니다. 일각에서 북의 행정력이 미약해서 생사 확인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상봉행사를 하며 100명 상봉을 위해 200명의 명단을 주면 보름 만에 140명, 70% 정도를 찾아냅니다. 6만명 정도는 1년 안에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사 확인을 해야 편지교환을 하고 만남을 준비하지요. 정부가 모든 이산가족 생사 확인에 심혈을 기울여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과거 정부는 왜 생사 확인을 중시하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이산상봉은 남북경색을 푸는 도구로 이용된 측면이 있습니다. TV를 통해 우리 국민과 세계인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벤트가 되기 때문이지요. 이런 이벤트를 접하면서 이제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되는구나 하는 착시를 갖게 됩니다. 우리 정부도 그것에 만족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임한 것이지요. 생사 확인은 적당히 얘기하다 북이 거부하니까 그만 뒀다고 봅니다.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서독식 프라이카우프를 채택해야 합니다.”

프라이카우프(Freikauf)란 ‘자유를 산다’는 의미로, 서독이 동독 내 반체제 인사들을 데려오기 위해 동독에 돈을 주고 정치범을 석방시킨 제도를 말한다. 1963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3만3755명을 데려오는 대가로 34억6400만 마르크(약 1조8000억원)에 해당하는 현금 및 현물을 지급했다.



-위원회가 고령 이산가족을 위한 고향 성묘방문을 추진한다면서요.

“고령 실향민은 죽기 전에 고향 땅 한번 밟아보는 게 소원입니다. 부모나 조상께 하지 못한 효도를 할 기회를 찾자는 생각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와 함께 지난 4일 ‘80세 이상 고령 실향민 방북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가 명예위원장, 저와 중앙연합회장 등이 공동위원장, 이동복 전 국회의원이 집행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성사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인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한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5월 진보성향 단체인 ‘비무장지대를 건너는 여성들(Women Cross DMZ)’이 남북한 당국의 사전합의 없이 북에서 남으로 넘어왔는데, 남북한 정부가 허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도 남북출입사무소나 판문점에 진출해 이런 식의 허가를 받아낼 생각입니다. 이는 ‘실향민의 성묘할 권리’를 보장한 유엔지침에도 부합하는 행사입니다.”



-지금까지 7차례 실시한 적이 있는 화상상봉을 활성화하면 이산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사자들의 반응도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60년, 70년을 못보고 산 사람들이어서 화상으로는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대면 상봉을 해도 겨우 알아보는데 화상으로 어떻게 알아보겠습니까. 더구나 대부분 삼촌, 고모 이런 사이이고 단 한번도 못 본 사이여서 감흥이 없습니다. 거기다 북의 경우 공개적으로 감시를 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만난 적이 있는 재상봉 수단으로는 괜찮을 수도 있겠지요.”



-이산가족들이 상봉 장소가 금강산이란 점에 불만표시를 많이 한다면서요.

“정부가 남의 땅에 260억원이나 들여 지어놓고 놀리고 있는 게 안타깝지요. 사실 고령의 실향민들은 금강산 간다고 해서 산을 구경할 시간과 체력이 없습니다. 서울과 평양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 게 아쉽습니다. 지금이라도 남북협력기금으로 수도권에 면회소를 지어 안보관으로 함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안보관광 시설은 지금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독일 베를린 장벽이 전 세계인의 관광지가 돼 있는 걸 매우 부러워합니다. 우리는 왜 그런 것 하나 못 만드느냐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임진각 등 휴전선 인근에 가칭 ‘통한의 벽’ 같은 수백 미터 길이 조형물을 만들어 이산가족의 아픔을 전시하면 어떨까 합니다.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글을 모아 전시하면 외국 관광객들이 와서 보고 전 세계에 통일의 필요성을 알릴 것 아닙니까.”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또 정부에 건의할 건 없습니까.

“우리가 추석 전전날을 ‘이산가족의 날’로 정해 각종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이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주길 희망합니다. 단순히 이산가족만의 행사에 머물지 않고 온 국민과 더불어 안보의식과 민족통일 의지를 다지자는 의미입니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탈북자 안정적 사회정착 등 지원

남북 이산가족의 불편해소 및 재결합 실현 촉진, 이산가족 정책 건의 등을 목적으로 1982년 설립된 통일부 등록 사단법인. 그동안 이산가족 찾기 운동, 독립문에서 임진각까지 남북인간띠잇기 행사, 이산가족재회촉구 1000만명 서명운동 등을 전개했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역 NGO 자격을 취득해 이산가족 문제를 국제 인권문제로 격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통일 이후 북한 재건을 위한 민간인 양성과 탈북자의 안정적 사회정착을 위해 힘 쏟고 있다. 조영식 전 경희대 총장이 초대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법조인 출신 이재운 위원장에 이어 2007년부터는 사업가 출신 이상철씨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위원장은 80년대 초 이북도민청년연합회장을 지낸 이후 줄곧 ‘애향통일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황해도 평산 출신의 80대 후반 실향민 부모를 두고 있으나 아직 이산상봉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한다.

만난 사람=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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