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24) 전남 화순군 춘양면 개천마을 기사의 사진
전남 화순군 춘양면 개천마을 주민들이 친환경농법으로 작두콩을 재배하고 있다. 마을기업인 ‘개천골농원’은 알레르기성 비염 등에 효과가 탁월한 작두콩을 분말과 환, 차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 일부는 지역 소외계층돕기 등에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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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읍에서 보성 방면으로 지방도를 타고 10여분 달리다보면 춘양면이 보인다. 춘양면 방향으로 접어들어 변천길 방면으로 또다시 10여분을 달리면 50여 가구가 실개천을 품고 모여 사는 아담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화순군 춘양면 개천마을이다. 개천 앞 도로 옆에는 연면적 500㎡, 높이 10여m 규모의 공장 1동이 자리 잡고 있다. 친환경 작두콩을 가공해 분말과 환, 차를 만들어내는 작두콩 가공공장이다. 이런 가공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공장은 마을기업인 ㈜개천골농원이 운영하고 있다. 현재 8명의 마을 주민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공장 뒤 산기슭에는 작두콩 재배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개천마을과 인근 마을인 가봉·월평마을의 총 150여 농가 가운데 40여 농가 어르신들이 친환경농법으로 작두콩을 재배하고 있는 산지다. 재배지는 26만㎡에 이를 정도로 넓다.

이곳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작두콩은 개천골농원의 가공공장에서 제품으로 만들어져 전국에 유통된다.

작두콩이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만성비염 환자들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개천골농원의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작두콩 재배 농가는 매년 재배지를 넓히고 있고 가구마다 수익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작두콩 재배농가만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작두콩을 수확해 세척하고 절단한 뒤 건조시키는 가공일이 본격 시작되는 8월초부터 10월말까지 3개월 동안은 연인원 1000여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개천골농원은 이처럼 마을 어르신들이 공장 일손을 거들며 부수입을 올리게 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두콩이 마을 어르신들에게 인정받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개천골농원 안정훈(54) 대표의 부단한 노력이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비로소 마을기업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안 대표는 작두콩 가공업을 염두에 두고 2007년 광주광역시에서 개천마을 인근의 석정마을로 귀농했다. 석정마을은 안 대표가 태어나 중학교까지 마친 곳이다.

고향을 떠나 32년간 대도시에서 대기업 직원과 사업가로 지내 온 그는 2005년 우연한 기회에 작두콩의 효능을 접했다.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온갖 약과 약초에도 낫지 않던 아들의 비염이 작두콩으로 효과를 본 것이다.

이후 그는 2년 동안 작두콩의 생산·재배·가공·판매까지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07년 3월 화순군 개천마을에 농지 1500㎡를 임대해 작두콩 재배에 들어갔다. 홀로 작두콩 모종을 육묘해 밭에 심어 가꿨고 그해 11월 0.5t을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안 대표는 첫 수확물을 환과 분말가루, 차로 위탁 가공한 뒤 전량 판매했다. 이듬해에도 작두콩 가공품은 불티나게 팔렸고 작두콩이 부족해 제품을 대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안 대표는 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친환경 작두콩 공동재배를 마을 어르신들에게 권유했다. 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그의 제안을 2년 동안이나 외면했다. 논농사와 무, 배추, 콩 등 일반 밭작물만 재배하던 주민들은 작두콩 수매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판로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작두콩 생산·재배가 2009년도 화순군 농업기술센터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판로 문제가 해결됐고 마을주민 6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작목반이 결성됐다. 마을기업의 물꼬가 트이게 된 것이다. 이들 농가는 그해 3만㎡ 농지에서 8t 상당의 작두콩을 생산했고 이를 위탁·가공해 전량 판매했다. 판로 걱정으로 머뭇거리던 마을 주민들은 하나둘씩 가세했고 마을 일대는 작두콩 산지로 탈바꿈했다.

개천골농원은 2012년 4월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지정 마을기업으로 선정됐고 그해 7월 안 대표를 비롯한 총 6농가가 자본금 2000만원을 출자해 농업법인회사를 출범시켰다.

이후 2014년 2농가가 동참했고 모두 8농가가 자본금을 8100만원 증자해 총 자본금 1억100만원의 마을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당시 작두콩 재배지는 13만㎡규모로 늘었고 25농가가 재배자로 참여해 5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올해는 제품 판매량이 배로 늘면서 재배지도 26만㎡규모로 늘었다. 참여 농가도 40농가로 늘었고 수익도 전년도의 2배인 1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7월에는 수제 차 전문 업체인 ‘화개제다’와 10억원 상당의 납품계약도 성사시켰다.

개천골농원은 수익의 10%가량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 등을 지원하며 사회공헌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의 안부살피기와 쌀, 생필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지역의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다문화 가정에 우리말과 우리 음식 등을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과 가족들이 명절에 외국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화순=글·사진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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