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최경환과 대구고 기사의 사진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그의 모교 대구고 공직 인맥이 논란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최 부총리의 모교인 대구고 인맥이 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대구고 공화국’도 아니고, 특정 고교 출신들이 권력과 모든 것을 장악해서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몇몇 언론도 같은 지적을 했다.

거론되는 인사들은 임환수 국세청장, 임경구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에 이어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4일 3사관학교 출신으로 창군 이래 처음 합참의장이 된 이순진 장군이다. 일각에서는 연말에 물러나는 현 검찰총장 후임에 역시 대구고를 졸업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하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군과 국세청, 감사원에 이어 검찰까지 이른바 힘센 기관은 거의 대구고 선후배들이 차지하는 셈이다.

야당은 배후에 친박 실세인 최 부총리가 있다고 공박했다. 그는 펄쩍 뛰며 반박했다. 국감 답변을 통해 “대구고 어쩌고 하시는데 대구고가 졸업생이 5만명, 6만명 되는 학교다. 말씀하신 분들 다 합쳐도 10명이 안 된다. 경기고, 경북고, 서울고 등은 (요직에 진출한 사람이) 더 많다. 음모론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뭔가 설득력이 약하다. 대구고 동문들은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고교평준화 이전 전국 최고의 명문이었던 이들 고교와 대구고를 동급으로 볼 수 있을까. 대구고는 대전고, 전주고, 청주고처럼 지역 명을 교명으로 쓰면서 그곳을 대표하는 고교와도 차이가 있다. 역시 지역 명칭이 학교 이름인 부산고가 지역의 으뜸 명문고 자리를 놓고 경남고와 다툰 것처럼 대구고가 경북고와 겨룬다고 할 수도 없다.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그곳에서 나온 50대 중반의 나는 연합고사 도입 이전 대구·경북에서 경북고에 필적할 만한 고교가 없었음을 잘 안다. 기억하건대 대구고는 학업보다는 ‘의리와 박력’ 같은 선 굵은 이미지가 강했다. 대구고를 졸업한 내 친구들을 봐도 그렇다.

그렇다고 거명되는 인사들이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구고를 나왔다는 것만으로 표적이 됐을 수 있다. 다만 요직 중의 요직에 같은 고교 출신이 너무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학연의 고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요즘 최 부총리의 위상은 단순한 경제부총리 이상이다. 대구·경북 출신 전직 장관급 인사들의 모임인 ‘대경회’나 대구고 출신 유력자들의 모임인 ‘대구 아너스클럽’이 최 부총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향후 그의 정치적 입지와 연관된 이런저런 설들도 많다.

최 부총리는 지난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직에 있는 고교 선후배 질문이 나오자 “정치인은 맞으면서 크는 것 아니냐. 야당이 요즘 나를 너무 세게 키워주는 것 아닌가(웃음)”라고 대답했다. 불편한 물음에 대한 유연한 응대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학연 의혹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최 부총리는 ‘대구고 공화국’이란 풍자의 중심에 본인이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고교 학맥은 이미 지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이중적이다. 유력 고교 동문들이 ‘자리’를 두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행태로 인한 폐해를 우리는 너무 많이 경험했다. 최 부총리의 말대로 ‘대고(대구에서는 대구고를 이렇게 부른다)’ 음모론일 뿐이길 바란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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