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더 팍팍해진 주머니에 ‘친인척 눈칫밥’ 스트레스… “추석고개 피해갈까” 씁쓸 기사의 사진
[친절한 쿡기자] ‘추석고개’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널리 알려진 말이 아니어서 신조어라고 하긴 어렵지만 네티즌들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추석을 보릿고개에 비유해 이렇게 말합니다. 특히 올해는 메르스 불경기에 맞은 명절이어서 걱정부터 앞섭니다. 추석고개라는 말도 더 많이 쓰이네요.

22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추석고개를 잘 넘기자는 의견이 쏟아집니다. 며느리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Mom) 카페에는 “양가 부모 용돈에 차례비용까지 어마어마한 지출이 예상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 최악의 보릿고개를 만든다”는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게시 글 아래에는 공감 댓글이 줄줄이 달렸죠.

가짜 깁스 활용법도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해 친절한 쿡기자가 소개하는 바람에 며느리들뿐 아니라 시어머니까지 알게 된 아이템입니다. 그런데 “부부가 동시에 사용하라”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귀성길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말하면 의심을 거둔다는 겁니다. 추석연휴에 당직근무를 신청하라는 조언도 많습니다. 근무를 서면 수당을 받는 데다 온갖 비용이 드는 일을 피할 수 있어 1석2조의 비책이라고 합니다.

사위들의 추석고개 걱정도 며느리 못지않습니다. 처가살이를 한다는 어떤 사위는 “장모의 등쌀에 연휴기간 중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는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사위와 같이 사는 어떤 장모는 “명절 때 고향에 안 가는 사위 때문에 집에 온 며느리 눈치 보며 사위에게 밥해준다”고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이런저런 사연이 참 많네요.

취업 준비생들의 추석은 처절합니다. “조카가 예쁜데 만족시킬 능력은 없다”고 자책한 네티즌은 입사 시험과목인 ‘상식’ 스터디 모집 공고를 게시판에 올렸는데요. 신청자가 급증해 조기 마감했습니다. 이후 이 카페에는 추석연휴 스터디 모집 공고가 쏟아졌죠.

추석이 달갑지 않은 부모들도 있습니다. 50대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추석은 며느리와 사위의 쌍끌이 눈칫밥 먹는 날”이라고 정의한 뒤 “손자들 재롱만큼 선물값이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옷이나 장난감 같은 유아용품이 워낙 비싸다는 걱정도 덧붙였네요.

형편이 어려워 가족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성묘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올해는 특히 많은 듯합니다. 시대가 변해 명절 분위기가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추석에 가족 얼굴 보기가 부담스러워 직장인은 회사로, 학생들은 학교로 도망가려는 분위기는 어딘지 씁쓸합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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