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배후도시∼서울 도심 장거리 노선  버스 타기 겁난다 기사의 사진
직장인 홍모(31)씨는 매일 경기도 수원역과 서울 사당역을 오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출퇴근길 버스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고 좌석에 몸을 깊숙하게 기대보지만 어지간해선 잠들지 못한다. 버스가 춤추듯 차로를 바꿀 때마다 머리가 흔들리고, 굽은 길에서도 좀체 속도를 줄이지 않아 엉덩이가 들썩인다. 고속도로 구간에선 아찔한 속도에 잠이 달아난다. 24일 오전 사당역에 내린 홍씨는 “버스가 아니라 레이싱카를 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경기도의 배후도시를 출발해 서울 도심에 도착한 뒤 되돌아가는 장거리 노선버스가 승객과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3일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에서 발생한 버스 추돌사고는 대표적 사례다. 승객이 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친 원인은 신호위반이었다.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던 60-3번 버스는 좌회전하던 다른 버스의 뒤를 들이받았다. 이 버스는 경기도 김포 대명항에서 출발해 서울 영등포시장에 이르는 43㎞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장거리 노선버스의 과속과 신호위반은 빈번하다. 상습적인 교통법규 위반이 전적으로 버스 운전기사의 책임은 아니다. 버스기사들은 준법운전을 하다간 배차 간격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광역버스 기사 김모(51)씨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배차 간격이 3분에 불과하다. 신호를 한 번만 놓쳐도 배차 간격을 맞추기가 빠듯하다. 신호가 바뀌어도 꼬리 물기를 할 수밖에 없고, 가속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안전벨트 매기’는 지켜지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오가는 차량에 탑승한 모든 승객은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해야만 한다. 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장거리 노선버스 가운데 ‘경기도 시내버스’는 안전벨트가 없다. 사망사고를 낸 60-3번 버스도 경기도 시내버스다. 시내구간을 운행하는 일반버스에는 안전벨트 설치 규정이 따로 없어서 그렇다.

그나마 광역버스는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지만 착용한 승객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전벨트 미착용을 단속하기도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벨트 착용을 단속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 승객 스스로 안전벨트를 매는 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욱이 원칙적으로 입석이 안 되는 광역버스가 좌석 수보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흔하다. 서 있는 승객은 손잡이 하나에 자신의 안전을 맡겨야 한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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