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염성덕] 기독교인과 명절 기사의 사진
올 추석 연휴에도 귀향 행렬이 줄을 잇는다. 25일 오후부터 시작된 차량 행렬은 명절 하루 전인 26일 오전 가장 길게 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연휴 기간에 전국적으로 3199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의 2941만명보다 8.8%가량 늘어난 수치다. 국토부는 추석 당일인 27일에는 759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귀성객의 83%가 승용차를 이용하고, 귀성길은 26일 오전, 귀경길은 27일 오후 가장 혼잡할 것으로 예상했다. 역귀성(逆歸省)은 2007년 8.6%에서 올해 13.4%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보다 제아무리 도로망을 넓히고 늘려도, 열차와 고속버스를 훨씬 많이 증편한다고 해도 추석 연휴라는 한정된 기간에 쏟아져 나오는 귀성 인파의 수요를 맞추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해마다 역귀성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귀향 인파는 넘쳐난다.

고향 가는 길이 아무리 혼잡하고 막혀도 고향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넉넉하기 그지없다. 고향에는 자나 깨나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간만에 형제자매 친척 친지를 만나 정담을 나누고, 눈에 익은 산천에서 뛰어놀던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는 것 또한 명절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오가며 끝없이 펼쳐진 황금 들녘, 형형색색을 자랑하는 단풍을 보며 가을의 정취도 맘껏 느낄 수 있다. 드디어 도착한 고향의 집. 삭막한 도회지에서 이리저리 치이느라 심신이 지친 이들에게 버선발로 뛰어나오는 부모님 품에 안길 때의 아늑함과 기쁨은 필설로 표현할 길이 없다.

고향을 찾는 기독교인의 마음도 비기독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민족의 명절인 추석에 기독교인의 마음가짐과 자세는 비기독교인과 사뭇 다를 필요가 있다. 아니 달라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권면하셨기 때문이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19장 19절)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누가복음 10장 27절)

추석을 맞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자가 섬기는 서울 은평구 증산제일교회(정경환 목사)를 비롯해 많은 교회들이 추석 전부터 성도들로부터 구제헌금을 모으고 있다. 이번 추석엔 음식을 준비하는 총비용의 10분의 1, 즉 십일조에 해당하는 금액을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구제헌금으로 내면 어떨까.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리지 말고 음식 한두 가지만 줄여도 충분히 모금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음식을 준비했다가 후회하지 말고 알뜰하게 장을 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추석날 이후에 주일이 있다면 기독교인은 주일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귀경을 서두르겠지만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다. 올 추석은 주일과 겹치기 때문이다. 농어촌에 있는 고향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면 된다.

미래목회포럼이 2007년부터 명절 때마다 벌이고 있는 ‘고향교회·작은교회 방문 캠페인’이 올해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목회포럼은 70%가 넘는 농어촌교회와 미자립교회를 도와야 한국교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보고 9년째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기독교인이 고향교회를 방문하게 된다면 그 교회 성도들이 판매하는 농수산물을 구입해 선물하면서 도시와 농어촌 간 상생의 길을 모색해보자.

고향교회는 한국교회의 요람이요, 모판이요, 젖줄이다. 고향교회에서 배출한 이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대형교회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고향교회를 살리고 힘을 북돋아주는 데 도시의 기독교인들이 동참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염성덕 종교국 부국장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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