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2m 넘는 농구선수 이코노미석 앉고 해외호텔선 손빨래까지… 국가대표에 걸맞은 지원을 기사의 사진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지난 23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요르단을 87대 60으로 대파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친절한 쿡기자]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중국 창사(長沙)에서 추석을 맞았습니다. 지난 23일 개막한 ‘201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입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걸린 중요한 대회입니다. 우리가 고향에서 가족들과 송편을 빚는 동안 선수들은 멀리 중국에서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죠.

낮선 땅에서 맞는 추석은 왠지 서운합니다. 그런데 선수들을 진짜 서운하게 한 건 대한농구협회의 열악한 지원입니다. 명색이 국가대표인데 유니폼을 호텔방에서 직접 빨아야 했으니까요.

실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개막 전부터 그랬죠. 재정이 어려운 협회는 선수들에게 훈련복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창사로 갈 때는 ‘꼼수’까지 쓰며 비용을 아꼈죠. 지난 21일 서울을 출발할 때 최준용과 강상재의 키를 199㎝로 표기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든 겁니다. 키가 2m가 넘는 선수에게는 비즈니스석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서였죠.

그나마 숙소는 호텔에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세탁비가 없어 선수들은 훈련을 마치고 호텔방에서 유니폼과 훈련복을 빨았습니다. 보다 못한 선배들이 항의를 하자 지난 24일부터 세탁비가 나왔다고 합니다. 팬들은 “고교 농구부 합숙이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래도 추석에는 특별한 회식이 준비됐답니다. 느끼한 중국 음식에 괴로워하던 선수들은 추석날만큼은 노릇노릇하게 부친 전과 자작하게 끓인 된장찌개로 서운함을 달랬습니다. 대표팀의 최정웅 매니저가 현지에서 한식당을 다급히 수소문한 덕이었죠. 대도시가 아니어서 송편은 끝내 구하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중국 명절 음식인 월병으로 힘을 냈답니다.

운동선수는 누구나 태극마크를 꿈꿉니다. 그런데 정작 국가대표가 되고나도 이런 고생을 하는 건 왜일까요. 농구는 인기 종목입니다. 프로리그를 도입한 뒤 선수들은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해 부와 명예를 보장받습니다. 이들에게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는 건 좋기만 할까요. 자부심과 사명감이 있을까요. 재정적으로 풍족한 프로농구연맹(KBL)은 무엇을 하느냐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한국 대표팀은 요르단 싱가포르 카자흐스탄을 이기고 조 3위(3승2패)로 토너먼트에 진출했습니다. 2013년 우승국 이란과 8강전을 앞두고 있죠. 힘든 여건 속에서도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농구 대표팀의 승전보를 기대합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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