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리즈 Ⅱ] ‘한국式 프라이카우프’로 통일 길 연다 기사의 사진
독일 통일 25주년을 기념한 기록영화 ‘통일의 소리와 불빛들(Sounds and Lights of Unity)’이 1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독립 50주년 아케이드’ 벽면에 투사되고 있다. 맨 왼쪽은 동독을 의미하는 ‘DDR(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 창건 40주년 기념식 장면이고, 가운데와 오른쪽은 동서 데탕트로 냉전시대의 종막을 고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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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는 2013년 기획 시리즈 '독일을 넘어 미래 한국으로'를 진행했다. 1990년 10월 3일 독일이 평화적으로 통일된 지 25년이 지났다. 독일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유럽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남북 분단과 경기 침체 속에 저성장 단계에 진입했다. 정치·사회적 갈등과 교육, 복지 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독일의 성공 모델을 참고해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분야의 문제들에 대한 해법과 미래 한국의 패러다임을 고민해보는 국내 완결편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시작해 ‘드레스덴 구상’으로 정점을 찍었던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및 통일 구상이 중요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이명박정부 이후 이어져 온 북한 봉쇄정책이 ‘남북 8·25합의’ 이후 반전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넓은 인적·문화적·인도주의적 교류를 통해 ‘낮은 단계’의 신뢰를 쌓아 정치·군사적 사안 협의라는 ‘높은 단계’의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박근혜식(式)’ 신뢰프로세스도 실험대에 올랐다. 이에 따라 외교가 안팎에서는 “엄격한 상호주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냐, 독일 통일의 기반이 됐던 ‘프라이카우프’(Freikauf·자유를 산다는 뜻) 방식의 남북 교류에 나설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의 항시적 긴장이 야기되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방식으로 통일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협의의 프라이카우프는 동·서독 분단 시절 서독 정부가 동독 정치범 석방을 추진했던 정책이지만, 넓게 보면 양독의 동질성을 조성하기 위한 모든 형태의 인적·물적·경제적 교류협력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은 광의의 프라이카우프 정책이었다. 그러나 김대중정부는 인도적·경제적 협력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남북 정상회담 등 정치적 효과에 집착했고, 건건이 북한에 엄청난 금액을 제공해 ‘퍼주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무현정부 이후 퍼주기 논란이 격화되자 이명박정부는 아예 이를 폐기하고 “우리가 북한에 하나를 주려면 북한으로부터도 하나를 받아야 한다”는 상호주의를 표방했고, 남북관계는 얼어붙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가 프라이카우프 정책을 시도하려면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전체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야만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발목 잡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프라이카우프가 가능하려면 우선 우리 정치권 전체가 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라이카우프에는 높은 수준도 있고 낮은 수준도 있는데 이런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 정치적 합의가 쉽지는 않다”며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전면적 프라이카우프 정책의)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연구원 박영호 선임연구위원은 “비밀리에 북한에 물질적 보상을 제공하고 우리는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데려오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이걸(프라이카우프) 통해 북한 변화를 유도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져선 안 된다. 남북 간 신뢰 쌓기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호 강준구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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