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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로커’ 정두언 의원 “꿈과 희망, 조바심 내면 베드로처럼 무너진다”

노래하는 ‘희망 로커’ 17가지 ‘돌직구’에 답하다

[얼굴] ‘로커’ 정두언 의원 “꿈과 희망, 조바심 내면 베드로처럼 무너진다” 기사의 사진
‘로커’ 정두언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연희로 한 카페 앞에서 “인고의 세월도 잘 살아내면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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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죄수복을 입고 기도한 열매는 인내와 관용이었다. 고난과 시련도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한 카페에서 만난 정두언(58·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을 4집 앨범(희망)을 낸 ‘로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고 출신으로 서울대 학생밴드 샌드페블즈와 쌍벽을 이뤘던 운동권 보컬그룹 ‘spirit of 1999’ 멤버였다.

정 의원은 2시간 동안 2년6개월여의 광야생활을 소개했다. 티셔츠에 핑크색 재킷, 목걸이까지 한 그는 영락없는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19대 국회까지 3선의 중진의원으로 국회상임위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세상의 밑바닥으로 추락해 내일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였다. 그가 법정구속된 것은 2013년 1월 24일. 2012년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비리사건 재판의 결과로 그는 10개월 뒤 출소했다. 그 후 이어진 법정 다툼 끝에 지난해 11월 21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구치소는 내게 ‘국립기도원’

그는 구치소에 도착해 죄수복으로 갈아입고도 자신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의아스럽기만 했다고 회상했다. 며칠 동안 30분 간격으로 자다 깨다 하며 잠을 설쳤다. 그리고 찾아온 첫 주일을 맞았다. 밥상 위에 노트를 펼쳐놓고 예배순서를 만들고 함께 예배드릴 사람이 있는지 물었더니 방 식구 4명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끼니마다 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성경을 평균 10장씩 읽었다. 지인들이 보내준 신앙서적을 탐독했다.

많은 책 중 찰스 콜슨 목사가 쓴 ‘러빙갓’(홍성사)이라는 책을 매우 감명 깊게 읽었다. 닉슨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워터게이트 사건 와중에 감옥생활을 하며 회심을 한 그의 경력이 자신과 매우 흡사해 더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콜슨 목사는 신앙을 얘기하기 위해 성경을 인용하지 않는 분으로 유명하다. 정 의원은 올 초 설 연휴 때 기자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법정 무죄, 인생 유죄

2년 반에 걸친 지루한 법정 싸움이 끝나는 순간. 그날 정 의원은 법원의 포토라인에 서서 즉흥 연설을 했다. 그는 “비록 저는 법으로는 무죄이지만 인생살이에서는 무죄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라면서 “그동안 저를 고난으로 이끈 많은 분들은 제 인생의 트레이너였다”고 밝혔다. 다음날 언론들은 ‘법정 무죄, 인생 유죄’라는 제목으로 그의 발언을 크게 다루었다.

정 의원은 지난해 말에도 ‘드라마틱한 순간’을 겪었다.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했다. 오른손에는 벽돌 두께만한 책 ‘권력의 조건’(21세기북스)이 들려 있었다. 그가 10개월간의 ‘국립기도원’(의왕 서울구치소 별칭)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었다. 그는 “라이벌까지 포용한 링컨의 포용 리더십을 통해 관용과 인내가 뭔지를 배웠다”면서 “감옥에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고백했다.

인내는 썼지만 열매는 달았다. 정 의원은 올 3월 4일 법무부로부터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것에 대한 형사보상금 6359만원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7월 딸 결혼식날 밤에 서약한 대로 빈곤가정 자녀와 코피노(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를 둔 혼혈아를 일컫는 말) 아동 등을 위해 전액 기부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오는 10일이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다.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 같나.

“쏜다고 하지 않나. 지금은 평화 무드지만 그들은 정상회담 해놓고도 연평해전을 일으켰다. 예전에 7·4남북공동성명 합의해놓고 도끼만행도 했다. 지금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 관계를 위해 노력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북한의 미래는 어떤가.

“지금은 통일이 언제 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정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 급변사태가 빨리 올 수도 있다. 최근 주변국 사정을 보면 그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북한은 고립무원 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변 국가가 급변사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상상도 못할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최근 경제위기를 어떻게 보나.

“위기는 맞다.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가 문제다. 중국은 이제까지 성장일변도로 왔다. 지금은 조정국면이다.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곧 제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어떻게 보나. 한·일 관계는 문제없나.

“주변국과 공존을 위한 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두 나라는 정말 잘 지내야 한다. 그런데 양쪽 다 반일감정을 악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독도에 가서 자극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과거 여당의 모 대표는 독도에 해병대를 주둔시키자는 사람도 있었다. 멍청한 짓이다.”

-누가 그랬나.

“누구라고 말하지 않겠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또 이긴다는 전망이 많은데.

“영남은 몰라도 수도권은 아니다. 현재 정권심판론 정서가 강하다. 저쪽(야당) 찍을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지 않나.”

-차기 대권은 누가 잡을 것 같나.

“박철언 권노갑 김현철 이재오 등을 봐라. 국민들은 권력자의 졸병 노릇하는 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권력에 맞서고 자기 스스로 큰 자를 선택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수성가 하든지 박근혜 대통령처럼 외로운 길을 가면서 권력에 맞서야 한다.”

-진정한 권력은 어떤 것인가.

“권력을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인사수석을 뒀다. 바로 권력의 사유화인 셈이다. 장관 인사까지 챙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시민 교육을 받은 분이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처럼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 왕조시대 백성처럼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문제다.”

-감옥에서 벽돌 한 장 깬다는 것은 무슨 말이냐.

“보통 500쪽이 넘어야 책이라고 한다. 벽돌 두께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권을 다 읽으면 벽돌 한 장 깼다고 이야기한다. 잠잘 때 베고 잘 정도가 돼야 한다. 링컨의 평전은 800쪽이 넘는다.”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나.

“희망적으로 본다.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150년 전에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를 시행했다. 영국의 보수당은 20세기 초에 사회개혁을 단행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한국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희망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기독교가 왜 침체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유럽은 심각하다. 네덜란드가 기독교 국가 아닌가. 그런데 최근 기독교인 비율이 20%로 곤두박질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기독교 근본주의가 문제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아니 에덴동산을 복원하는 예산을 편성하라고 한 게 말이 되나. 지구 나이 1만년설 등 고리타분한 설교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이렇게 가면 큰일 난다.”

-신앙생활은 어떻게 하나.

“15년째 서울홍성교회를 다닌다. 몇 년 전 장로 직분을 받는데 실패해 아직도 안수집사다. 장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정치인이라 주일 하루 종일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큐티는 매일 한다.”

-감옥에 갔다 온 뒤로 뭐가 달라졌나. 남은 인생 계획은.

“나이가 드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이가 드니까 안개가 걷히더라.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인다. 전에는 뭘 모르니까 짜증나고 답답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쁘고 즐겁다. 칠순이 되면 얼마나 더 기쁠지 그것이 궁금하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것도 깨달았다. 만약에 죽음이 없다고 해봐라. 그러면 아마도 자살하는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 인생을 3단계로 나누면 30세까지 배우는 일에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30년은 실천을 하고 이순부터는 본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것이다.”

-꿈이 뭔가. 대통령 하고 싶나.

“정치인이 대통령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면 꿈을 꾸면 하는 모습이 달라진다.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는다. 요셉처럼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당신은 대통령 꿈을 안 꾸고 있느냐고 물어봐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에게 대통령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꿈이 없는 것을 질책해야 한다.”

-대통령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나.

“진정으로 왕다운 왕은 자기를 낮춘다. 왜냐. 아무리 낮아도 자기가 왕이니까. 왕답지 않은 왕은 자기를 높인다. 왜냐하면 아무리 높여도 자신이 없으니까. 진짜 왕은 겸손한 것이다. 진정한 장수는 졸병하고 장난도 잘한다. 폼 잡는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왕다운 왕은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세상 모든 일은 때가 있다. 그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살았다. 당당하고 떳떳하며 부끄럽지 않게 변명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난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간 기회가 오겠지만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길면 길수록 더 좋다. 설령 오지 않아도 괜찮다. 일관되게 외롭게 갈 것이다. 최고 권력을 꿈꾸는 이들은 절대로 부끄러운 일을 하면 안 된다. 박근혜 이명박 정주영 김영삼 김대중 등 그 누구도 비굴하게 살지 않았다. 다윗처럼 끝까지 외롭고 고독한 길을 가야 한다. 중간에 무너지면 안 된다. 물 위를 걷던 베드로가 조바심 때문에 물에 빠진 것 처럼 무너진다.”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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