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박정태] ‘명예와 돈’-조무제와 김능환 최교일 기사의 사진
올해 제46회 한국법률문화상은 조무제 전 대법관이 수상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매년 인권옹호와 법률문화 향상에 공로가 있는 법조인을 선정해 수여하는 이 상은 법조계에서 권위를 자랑한다. 시상식은 지난 8월 열렸다. 조 전 대법관은 청빈 법관의 표상이다. 1993년 첫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그의 재산은 부산의 25평짜리 아파트 1채를 포함해 6400만원에 불과했다. 98년 대법관 임명 때 재산은 7200만원. 2004년 퇴임 후에는 돈벌이가 되는 변호사 개업을 마다하고 모교인 동아대 석좌교수를 택했다.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는 분이다.

전관예우 비리가 만연한 법조계를 보면 다시금 떠올려지는 인물이다. 물론 조 전 대법관처럼 퇴임 후 학계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법원·검찰 고위직 출신 대다수는 로펌에 둥지를 틀거나 단독개업을 한다. ‘전관’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는 게 어디 쉽겠는가.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는 월평균 1억원 이상을 번다. 고검장 퇴임 후 17개월간 16억원, 대법관 퇴임 후 60개월간 60억원 등의 케이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많으면 연간 수십억원 이상도 버는 게 그들만의 리그다. 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의 10개월간 수입이 27억원이었다.

요즘 전관예우 논란의 중심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있다. 변협이 지난달 초 대법관 출신 변호사 31명에게 대법원 사건 수임을 자제해 달라는 서한을 보낸 것은 이 때문이다. 변협이 최근 퇴임한 대법관들의 변호사 개업을 막자 현재 영업 중인 전관들이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중 잘 나가는 전관이 김능환 전 대법관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반사이익을 얻어서란다. 한데 법조계 시선이 따갑다. 공직 퇴임 후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해 극찬을 받았으나 불과 6개월 만에 로펌행을 택해 실망을 안겼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에 대한 세간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지난주 터진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최교일 변호사의 ‘몰래 변론’ 의혹은 검은 커넥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몰래 변론은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수임한 경우로 거물급 전관들에게 통용돼 왔다. 지검장 재직 시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해 검찰 내 1위를 차지했던 최 변호사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탈세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뭔가 정치적·사회적 부담을 덜기 위해 감췄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엊그제 경위서를 제출받은 변협이 징계 회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데 진상 또한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재조(在朝)의 고위직 출신들은 스스로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재야(在野)에서 전관예우 근절책을 부르짖는데 이에 동참하지는 못할망정 법조계를 혼탁하게 해서야 쓰겠는가. 고검장급 출신의 정홍원 전 총리는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법원장, 검사장 같은 고위 공직자는 퇴직 후 변호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취임한 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풍토가 자리 잡아 우리 사회의 불문율이 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법조계 고위 공직자들의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우선 뼈를 깎는 자정이 수반돼야 전관예우가 사라진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외치기에 앞서 사법 불신을 없애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려는 법조인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만일 변호사 개업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고위직을 사양하면 된다. 떼돈과 명예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자.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