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25) 강원 춘천시 서면 박사마을 기사의 사진
1960대부터 최근까지 150여명이 넘는 박사가 배출돼 ‘박사마을’로 불리는 춘천시 서면마을의 전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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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마련을 위해 어머니들은 산나물과 채소를 광주리에 이고 내다 파느라 하루해가 짧았고, 아버지들은 원예작물 재배에 힘써 뒷바라지하기를 낙으로 삼으니 앞집, 뒷집, 이 동네 저 마을에서 각 분야의 우수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으며 그 전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박사마을 선양탑 글귀 中).

6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내에서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신매대교를 지나 자동차로 5분여를 달리자 작은 동산 위에 ‘박사모’가 올려져 있는 탑이 눈에 들어왔다. ‘박사마을 선양탑’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이 탑에는 ‘탑을 왜 이곳에 세우게 됐는지’에 대한 사연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탑은 1999년 10월 서면인들이 뜻을 모아 세웠다. 어른 키의 2배가 훌쩍 넘는 이 탑에는 박사학위 수여자 이름이 새겨져 있고, 탑 뒤쪽에는 미래 박사학위 주인공의 이름이 새겨질 병풍모양의 비석이 펼쳐져 있다. 선양탑에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들은 물론 앞으로 취득하려는 이들도 모두 여기에 이름을 새겨, 부모에게는 보람을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 더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자 한다”고 탑을 세운 이유가 설명돼 있다.

북한강을 건너 춘천 시가지와 마주하고 있는 서면은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밭과 논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마을이다. 하지만 ‘박사마을’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갖고 있다. 1930가구, 인구수 40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서 1963년부터 배출한 박사만 155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열두 집에 한 집 꼴로 박사가 나온 것을 보면 ‘박사마을’이라는 이름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이 마을은 1970년대만 해도 다리가 놓이지 않아 배를 타고 북한강을 건너야 시내를 나갈 수 있었고,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부모들은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광주리에 농산물을 이고 배를 탄 뒤 강 건너 번개시장에 내다 팔았다. 2000년이 돼서야 다리가 놓여 이러한 불편이 해소됐다.

최선화(81) 박사마을 선양탑 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부모들은 강 건너에 있는 시내를 바라보면서 ‘우리 자식만큼은 시내로 보내서 성공 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면서 “자식들도 부모들의 바람을 알고 더 열심히 공부해 성공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많은 인물들을 배출한 이유가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이라는 풍수학자들의 설명도 있지만 주민들은 “부모들의 희생적인 교육열과 자녀들의 노력에서 얻어진 값진 열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마을에선 1963년 미국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송병덕씨가 1호 박사를 기록했다. 이어 한승수 전 유엔총회의장, 송병기 전 경희대한의대학장, 홍종욱 전 교육감, 한장수 전 교육감, 박승하 전 의원, 박흥수 강원정보문화진흥원장 등 현재까지 155명(명예박사 포함)이 박사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조그만 마을에서 수많은 박사와 교육자가 배출되다보니 서면에선 ‘박사와 교장을 자랑하면 팔불출에 속한다’ ‘서면 출신 박사와 교육자들만으로 종합대학을 세워도 명문대학을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 마을은 ‘교육의 성지’라는 칭송이 전국에 퍼지면서 한때 신혼부부들이 마을 정기를 받아 똑똑한 아이를 낳으려 하룻밤을 지내러 오는 일도 많았다. 많은 풍수지리 연구자와 학부모들도 소문을 듣고 마을을 찾아오기도 했다.

지금 박사마을은 이러한 배경에 다양한 농촌체험을 더해 많은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이 마을엔 인삼 캐기와 된장과 막장 담그기, 물고기 잡기, 옥수수 수확 등 다양한 체험이 준비돼 있다. 박사마을 체험은 박사마을 이야기에 입소문이 더해져 연중 3000여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막장과 간장, 고추장, 옥수수 등 특산물 판매와 함께 농촌체험을 통해 얻은 수익은 연간 4000만원에 달한다.

최승록 박사정보화마을관리위원장은 “우리 마을에서는 사계절 내내 다양한 체험이 운영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더욱 다양한 체험을 마련해 도시민들에게 색다른 농촌의 즐거움을 선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마을 출신 박사들의 모임 백운회는 더 잘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최근 마을의 역사와 특징을 중심으로 한 관광·문화 단지를 조성하는 ‘박사 문화촌 건립 계획안’을 내놨다. 서면을 지혜와 나눔, 문화, 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과 한백록 장군 유적지·도포서원 등 문화재 복원 사업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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