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3부)] 기독 NGO 30여곳 ‘쉰들러 프로젝트’로 탈북자 품어

(제3부) 전후 한국교회의 민주화·통일운동 - <4·끝> 탈북자 지원과 북한 인권운동

[분단 70년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3부)] 기독 NGO 30여곳 ‘쉰들러 프로젝트’로 탈북자 품어 기사의 사진
세이브엔케이 주최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제200회 북한구원 월요기도회’에서 이 단체 대표회장 이종윤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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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이곳저곳으로 팔려 다니고 있습니다. 남한으로 가기 위해 지난달 두만강을 건넜지만 기쁨도 잠시, 얼마 되지 않아 인신매매단에 붙잡혔어요. 감시를 당하고 있고요. 한국교회의 따듯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어요."(20대 탈북 여성)

"배가 너무 고픕니다. 몇 년째 꽃제비(집 없이 구걸하는 아이) 생활을 하며 힘들게 이 편지를 씁니다. 언제 중국 공안이나 북한 보위부에 잡힐지 모르는 공포에 떨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저를 꼭 구출해주세요."(10대 탈북 청소년)

기독 NGO ‘NK.C 에바다선교회’ 사무실에는 탈북자들의 딱한 사정이 담긴 전화나 편지, 이메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온다. NK.C 에바다선교회 회원들은 안타까운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한자리에 모여 합심 기도를 드린다. 이들이 무사히 대한민국의 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헌금을 지원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한국교회는 1990년대부터 탈북자를 구출하고 돕는 사역, 이른바 ‘쉰들러 프로젝트(북한구원운동)’를 가동해왔다. ‘쉰들러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에서 처형당할 위기에 처한 유태인 1100명을 구출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따온 말이다.

90년대 중반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기아사태가 발생했다.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다. 대부분은 중국 공안이나 북한 보위부에 붙잡혀 강제로 북송됐다.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참상들이 알려지면서 많은 대북선교단체들이 탈북자 지원과 구출에 뛰어들었다.

교계는 그동안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약 2만8000명 가운데 40%가량인 1만1000여명이 기독 NGO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개되지 않았거나, 중국 또는 제3국의 한국인 선교사들이 관여한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절반 이상의 탈북자들이 한국교회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쉰들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인 기독 NGO는 NK.C 에바다선교회, 에스더기도운동, 세이브엔케이, 한국순교자의소리, 탈북자강제북송저지국민연합, 두리하나선교회, 모퉁이돌선교회, 북한인권정보센터, 열방빛선교회, 기독교사회책임, 북한정의연대, 기독탈북인연합, 북한구원운동, 탈북동포회, 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 탈북기독인총연합회, 갈렙선교회 등 30여곳에 달한다.

이들 단체는 ‘쉰들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백, 수천 장의 전단이 든 풍선을 북한으로 날려 보낸다. 풍선 안에는 스타킹 라이터 볼펜 초코파이 등과 함께 성경말씀이 적힌 전단지가 들어 있다. 타이머가 장착돼 있어 북한 상공에서 일정 지점과 고도에 이르면 자동으로 터진다. 이 풍선들은 황해도 강원도 평안도 일대에 떨어져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의 향기를 전해주고 있다. 풍선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다. 북한 측은 남북 협상이나 회의 때마다 풍선 날리기를 중단해 달라고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NK.C 에바다선교회 대표 송부근 목사는 “‘쉰들러 프로젝트’는 어느 날 몇몇 사람에 의해 우연히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동포의 참상을 듣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기도로 결단하면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송 목사는 “고통 받는 북한동포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참으로 의미 있는 사역”이라며 “탈북민들이 모두 남한 땅으로 들어올 때까지, 그리고 ‘북한구원 통일한국’이 이뤄질 때까지 ‘쉰들러 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쉰들러 프로젝트’의 역사는 북한 인권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기독 NGO들은 중국이나 러시아, 제3국에 숨어 있는 탈북자들에게 피난처와 옷, 의약품, 자금 등을 제공하고 남한으로 들어오는 일을 도왔다. 탈북여성이 낳은 아이를 돌보고, 북한 내 지하교회를 도우면서 중국 감옥에 수감돼 있거나 태국 이민 수용소에 억류 중인 탈북자들에게 생활필수품과 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 등을 상대로 탈북난민 강제북송 저지 캠페인을 펼치는 한편 북한인권아카데미, 통일선교아카데미, 북한 정치범수용소 사진전 등을 통해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도 폭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남한에 들어온 뒤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는 탈북자들도 돕고 있다. 한 사람씩 개별면담을 통해 기독교 신앙을 전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게 하고 진로상담, 취업알선, 장학금 제공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는 “한국교회와 기독 NGO의 이런 활동은 북한주민의 생명과 생존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북한동포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처참한 인권상황도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기록해왔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2003년부터 꾸준히 북한 인권피해 사실을 수집해 9월 말 현재 인물 3만1694명, 인권피해 사건 5만5866건의 기록을 확보했다.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북한종교자유백서를 만들어 북한의 종교탄압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한국교회의 이러한 노력은 국내외 북한 인권운동으로 이어졌다. 99년 3월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피에르 리굴로를 중심으로 21명의 프랑스 지식인들이 ‘북한 기아와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 개최를 촉구했다. 그해 3월 18일 국내에서도 대학총장 교수 변호사 등 80인의 지식인들이 ‘북한주민의 인권보장과 탈북난민을 위한 지식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어 3월 31일 ‘탈북난민 보호 유엔(UN) 청원운동본부’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특별기구로 창립됐다. 4월부터는 유엔청원을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2년 만인 2001년 1180만명의 서명을 받아 유엔본부에 제출하는 등 탈북자들의 난민지위 문제를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게 했다.

북한정의연대 대표 정베드로 목사는 “북한동포들로부터 북한에도 지하교회와 지하교인들이 존재한다는 산 증언을 수없이 들었다”며 “초대교회에서는 로마의 박해 가운데서도 성령의 역사가 불같이 일어나고 카타콤과 같은 공동체가 유지된 것처럼 지금 북한 지하 카타콤은 그렇게 타오르고 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강도 만난 자를 외면하지 않는 선한 이웃이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잠 31:8)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분단 70년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 프로젝트는 국민일보·한민족평화나눔재단 공동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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