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생각 다르면 혐오이름 붙여 벌레 취급  상처 뿐인 ‘집단 인격살인’ 위험수위 기사의 사진
[친절한 쿡기자]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벌레 소굴이 됐습니다. 맘충, 한남충, 따봉충, 노인충…. 다양한 벌레(충)들이 인터넷 공간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일베충’입니다. 극우 성향의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이용자들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가 도를 넘자 “벌레만도 못하다”며 ‘일베충’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아기 기저귀를 가는 등 에티켓이 부족한 일부 엄마들을 일컫는 ‘맘충’이란 단어가 유행했죠. “여성 혐오를 넘어 모성 비하”라고 발끈하는 네티즌들과 “오죽하면 그런 말까지 나왔겠느냐”는 쪽의 설전이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맘충 논란은 지난달 무상보육정책 예산 축소안이 발표되면서 더욱 거세졌습니다. 전업주부 자녀들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제한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전업맘들은 차별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이 집에서 놀면서 아이를 시설에 맡기는 전업맘을 ‘맘충’이라고 몰아붙인 겁니다. 폭발한 전업맘과 맘충 반대론자들은 ‘한남충’이라는 말을 만들어 반격했습니다. 육아나 가사노동을 분담하지 않으면서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워 대접받길 원하는 한국 남자들이 벌레라는 뜻이죠.

직장에서 여자보다 능력이 없는데도 남자라는 이유로 승진한다는 주장을 담아 한남충이라는 말이 사용되자 인터넷에서는 남녀 성대결이 벌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맘충과 한남충의 대결은 심각합니다. 예를 들어 심지어 수면장애 환자 중 30대 여성이 급증했다는 뉴스에도 댓글 전쟁이 벌어졌는데요. 맞벌이인데도 육아와 가사노동을 여성에게만 기대는 ‘한남충’이 문제라는 주장에 육아를 핑계로 직장에서 제대로 일하지 않는 맘충 때문에 한국 남성들도 피해를 본다고 반격이 이어집니다.

유행어는 계속 생겨납니다. 온라인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회원들을 비하할 때는 ‘오유충’이는 말을 씁니다. 진보 진영을 향해서는 ‘좌좀충’(좌익좀비), 보수 진영에는 ‘우꼴충’(우익꼴통)이라는 말을 쓰죠.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받기 위해 뭐든 하는 네티즌을 ‘따봉충’이라 부르고 나이를 앞세워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노인을 ‘노인충’이라고 부릅니다. 긴 설명을 늘어놓거나 농담조차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진지충’ ‘설명충’입니다.

말과 글에는 그 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됩니다. 우리 사회가 닥치는 대로 벌레라는 의미를 담아 상대를 공격할 만큼 거친 곳이 됐다는 뜻일까요. 한때 유행하는 인터넷 비속어로 치부하기에는 정도가 심합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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