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대형마트 뜨겁고  전통시장 차갑고…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명암 기사의 사진
“다음 주까지 상영 프로그램에 없어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직장인 김모(40)씨는 가족과 함께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자신이 보려던 영화를 상영하고 있음을 확인한 김씨는 이틀 뒤인 2일 해당 영화를 보려고 창구로 갔다.

그러나 극장 직원의 말은 황당했다. 당분간 상영 계획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개봉한 지 닷새밖에 안 된 신작이었다. 이유는 블랙프라이데이였다.

극장 직원은 “블랙프라이데이로 관객들이 많이 올 것이라 판단했다. 고객이 많이 찾는 영화를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 영화는 8일 현재까지도 해당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고 있다.

주부 양모(55)씨는 최근 기대감을 갖고 백화점을 찾았다가 실망만 했다. 추석 선물로 받은 백화점 상품권에 블랙프라이데이까지 겹쳐 평소 사고 싶은 선물을 부담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양씨는 예상치 못한 큰돈을 써야 했다. 원하는 상품이나 브랜드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자신이 사고 싶던 해외 명품을 자신의 돈을 보태 계산해야 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로 내수소비 전반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그늘이 깊어지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영화업계의 경우 저예산으로 찍은 독립영화나 비주류 영화는 어느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사라졌거나 상영 횟수가 줄었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극장은 정부 시책에 맞춰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해야 하는데 매출이 줄까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8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경제단체 부회장들은 서울 양천구 목3동시장을 방문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한 지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전통시장 매출 추이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은 블랙프라이데이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쓴소리가 계속되자 정부와 경제단체가 시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주 차관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을 계기로 소비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전통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시장 상인들의 얘기는 다르다. 매출 증가는커녕 대형마트 인근에 있는 시장의 경우 아예 손님을 뺏겼다.

인근에 이마트가 있는 서울 중구 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시장이란 게 소위 말해 ‘덤’ 문화로 장사하는 곳”이라며 “정찰제가 아닌 시장에서 할인이라는 의미를 어떻게 붙일 수 있겠느냐. 오히려 블랙프라이데이 때문에 대형마트 쪽에 손님을 뺏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명품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도 어부지리로 이익을 보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블랙플라이데이에 백화점 고객이 몰리면서 고객들이 해외 명품 매장을 찾았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1∼5일 닷새간 해외 명품 매출을 집계한 결과 작년보다 23.5% 늘었다고 밝혔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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