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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뷰-우종학] 교회가 창조과학을 재고해야 하는 이유

과학을 부정함으로써 창조과학 난민 생겨나… 신앙과 과학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 없었으면

[월드뷰-우종학] 교회가 창조과학을 재고해야 하는 이유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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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진화론 때문에 청년들이 신앙을 잃고 교회를 떠난다고 말한다. 도킨스 같은 진화주의자들은 과학이 무신론의 증거라며 신앙을 공격한다. 그 공격은 신앙의 지적 토대가 약한 기독교인들에게 내상을 입히고 신앙을 잃게 한다. 창조과학이 신앙을 무너뜨리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교회에서 배우는 창조과학과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사이의 모순 때문에 신앙을 잃을 뻔했다는 메시지를 가끔 받는다. 다행히 훌륭한 스승이나 균형 잡힌 책을 통해 창조주를 믿으면서도 얼마든지 과학을 수용할 수 있음을 깨닫고는 오히려 풍성한 신앙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시름 놓인다.

반면, 모태신앙이었지만 공룡이 사람과 함께 살았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배우고는 교회를 떠난 이야기들도 들려온다. ‘젊은 지구론’을 믿어야만 기독교인이라는 잘못된 주장 때문에 과학을 신뢰하는 사람들은 결국 기독교를 떠난다.

진화론의 위협에서 기독교를 지키려는 선한 의도로 창조과학은 진화론을 공격했다. 하지만 과학을 무시하고 부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교회를 떠나는 창조과학 난민이 생겼고 기독교 신앙을 잃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한국교회는 창조과학을 심각히 재고해야 한다.

과학이 무신론의 증거라는 공격에 맞서는 바른 전략은 오히려 과학이 하나님의 창조를 드러낸다고 반론하는 것이다. 무신론자들이 과학에는 창조주의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기독 과학자들은 과학이 오히려 창조주의 지혜를 드러낸다고 알려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창조과학은 처음부터 잘못된 전략을 취했다. 그것은 과학이 틀렸음을 보여서 유신론이 옳음을 입증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불운한 전략은 첫째, 창조과학으로 대변되는 근본주의 기독교와 과학계 사이의 충돌을 초래했다. 창조과학은 과학에 대한 오해와 반감을 심어주며 대중을 오도하는 골칫거리로 각인되었다. 가령,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이 엉터리라거나 그랜드캐니언이 수천 년 전 형성되었다는 주장은 기독교인이건 무신론자건 지질학자들이라면 수용할 수 없는 허황된 견해다.

둘째, 과학을 부정함으로써 무신론의 증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은 시대착오적이었다. 창조과학운동의 배경에는 근본주의가 있고 안식교의 성경 해석이 있다. 창조과학의 주류 견해인 ‘젊은 지구론’은 안식교인 맥그리드 프라이스의 홍수지질학을 토대로 세워졌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과학계에는 지구 연대가 매우 오래되었다는 견해들이 자리 잡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인 신학자들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진화론이라는 누명을 씌워서 지구가 오래되었다는 지질학의 결론을 반기독교적인 견해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셋째, 과학을 대적하는 창조과학의 전략은 기독교 신학에도 악영향을 준다. 자연세계에 계시된 창조의 역사를 무시하고, 성경에서 답을 찾으려는 태도는 성경신학적인 오류이며 창조사역과 창조세계의 특성을 왜곡한다.

‘젊은 지구론’을 비판하면 과학은 불완전하고 성경은 온전하니 과학을 성경 위에 두면 안 된다고 반박한다. 동의한다. 어느 크리스천 과학자도 과학을 성경 위에 두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교만과 더불어 신학의 교만도 주의해야 한다. 나는 성경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데 너의 과학은 불완전하니 과학을 성경 위에 두지 말라는 뜻일까? 글쎄다. 나의 성경 해석을 성경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나의 성경 해석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성경을 읽는 방식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왜 겸손하게 돌아보지 않는가?

과학이 자연이라는 실재에 대한 영원한 근사에 불과하듯 신학도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영원한 근사에 불과하다. 그러니 과학의 겸손과 더불어 신학의 겸손도 갖추어야 한다. 창세기에 지구 연대가 1만년이라고 명백히 씌어 있지도 않은데 지구 나이를 성경에서 읽어내는 것이 적합한지 겸손히 돌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창조과학을 재고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상당한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다. 창조과학을 주일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은 멈춰야 한다. 주일학교 아이들이 갈등하다가 교회를 떠나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창조과학 때문에 과학과 신앙 사이에 갈등하고, 그러다가 신앙을 버리고 불가지론자가 되거나 무신론자가 되는 경우를 보고 접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이 칼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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