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리즈 Ⅱ]  실업·양극화 난제, 사회적기업이 ‘열쇠’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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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 독일은 기대했던 '통일 대박'을 경험할 수 없었다. 통일에 들어간 경제적 비용은 약 1조 유로(약 1318조원) 규모에 달했다. 실업률은 수직 상승했다. 동독 회사들이 문을 닫으면서 실직자는 속출했지만 기술 지식이 부족해 서독 기업들은 이들을 고용할 수 없었다. 지난해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러나 한·독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독일 통일은 행운이자 대박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은 통독 이후 진통을 앓았지만 이후 대박이 됐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통일에 따른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평가했다. 내수는 물론 동유럽 시장이 확대됐고 연합군 주둔 비용 등 안보 비용이 감소했다. 여기엔 '사회적기업'의 역할이 컸다.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사회적기업을 이야기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사회적경제다.

사회적경제란 ‘공익을 위해 자본주의적 경제 양식을 빌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이다. 현재 유럽 경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사회적경제 개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사회적기업이다. 사회 공헌이라는 비즈니스 모델 즉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다.

독일은 1980년대부터 사회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활용했지만 개념이 수립된 것은 연방정부가 2010년 발표한 ‘사회참여 전략 2010’을 통해서다. 2012년부터 연방정부 산하 ‘연방 가족·노인·여성 및 청소년부(BMFSFJ)’와 재건은행연합(KfW)의 지휘 감독 하에 사회적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기업에 주목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근로와 정부 지원의 일자리를 확대했지만 효과는 길지 않았다. 이후 유럽 모델을 논의했고 사회적기업에서 답을 찾았다. 2007년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을 통해 이를 제도화했다.

독일과 한국의 사회적기업 모두 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독일의 KfW는 최대 20만 유로까지 지원한다. 우리나라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발간한 ‘(예비)사회적기업 재정지원사업 업무 매뉴얼’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인건비와 4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 기간은 예비 사회적기업 2년, 사회적기업 3년이다.

혜택이 많은 만큼 인증 절차도 까다롭다. 독일은 성장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만 지원 대상이다. 영업 모델도 실무에서 입증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노동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유급 근로자 고용, 의사결정 구조 마련, 영업 활동을 통한 수입, 정관·규약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

유사한 형태의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은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에 등록한 뒤 요건을 갖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다. 지방정부에서 정하는 예비 사회적기업도 마찬가지다.

◇실업·양극화 해결의 열쇠=독일은 통일 직후 대량 실업을 경험했다. 통일에 막대한 돈을 지출한 국가의 재정은 빠듯해졌고 정부는 실업자에게 무작정 지원금을 줄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실업 구제책이 사회적기업이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사회투자센터’ 볼커 덴 이사는 2013년 논문에서 “80년대 독일 정부는 장기 실업자들에게 일자리 제공을 위해 자선단체를 작업장 형태로 전환시켰고 결과적으로 이들은 2차 노동시장에 정착됐다”고 했다.

현재 독일의 사회적기업은 최소 186만개의 일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독일 노동인구의 6.5%를 차지하는 수치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의 현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2013년 현재 사회적기업에서 채용한 근로자는 총 2만2533명이다. 이 중 일반 근로자는 8872명(39.4%), 취약계층 근로자는 1만3661명(60.6%)으로 집계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극화와 고령화사회가 심화되고 있는데 독일처럼 통일 이후엔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사회적기업의 역할은 더 많아질 것이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더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독일 모델을 따르라=한국의 사회적기업이 정착하려면 편견의 시선을 극복하는 게 우선 과제다. 전문가들은 독일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 중 가장 많은 것이 정부의 지원만 받고 돈은 못 버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는 독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유럽학회 유럽연구지 ‘독일의 사회적기업 장려 정책연구’를 보면 독일의 사회적기업 50%도 연간 수입이 25만 유로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독일이 사회적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은 ‘수익’보다 기업가적 방법과 혁신적 영업 모델로 양극화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를 사회적기업이 대신 수행하는 것”이라며 “수익으로 평가받는 일반 기업과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처별로 제각각 사회적경제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문제다. 기획재정부(협동조합), 고용부(사회적기업), 보건복지부(자활사업), 행정자치부(마을기업) 등에서 각각 운영해 컨트롤타워가 없다.

현재 독일은 법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연방정부에서 조직한 BMFSFJ와 KfW가 정책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이 법인세, 소득세 등의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이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독일은 지원금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국한시켰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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